[한경에세이] 중국을 살린 시장경제

입력 2019-08-21 17:59   수정 2019-08-22 00:04

얼마 전 중국 선전을 다녀왔다. 과거 선전은 홍콩과 인접한 조그만 어촌에 불과했다. 덩샤오핑은 시장경제 도입을 위해 1979년 선전을 경제특구로 지정하고 가장 먼저 개방했다. 선전의 성공모델이 오늘날 중국 경제의 성공모델이 됐다.

중국은 1960년대 초반 대약진운동 여파로 수천만 명이 아사(餓死)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이런 시대를 물려받은 덩샤오핑은 중국을 방문한 경제학자 프리드리히 하이에크를 만나 중국 인구 수억 명을 먹여 살릴 방법을 물었다. 하이에크는 경제 발전을 원한다면 시장경제를 도입하라고 조언했다. 시장경제는 정부가 생산량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참여한 사람이 개인의 경제적 이익을 위해 생산하는 것을 말한다.

하이에크의 조언을 들은 덩샤오핑은 ‘백묘흑묘’로 대변되는 실용주의 노선을 걸었다. ‘흰 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는 접근법이다. 중국 경제가 발전하고 국민만 잘산다면 시장경제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선전은 덩샤오핑이 가장 먼저 시장경제를 도입하고 도시계획으로 발전시킨 곳이다.

작년 기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3조6000억달러로 세계 2위 규모다. 미국 인구가 3억 명인 데 비해 중국 인구는 14억 명으로 실질 구매력은 중국이 크다. 미·중 무역갈등도 중국이 미국을 급가속하며 따라오는 것을 경계하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시장경제 도입을 통해 중국이 발전한 것을 보며 북한도 하루빨리 시장경제를 도입했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중·고교를 나온 유학파다. 그가 이미 시장경제를 경험해봤기 때문에 북한에서도 시장경제 실험이 시작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이미 북한에서는 시장경제의 작은 싹이라 할 수 있는 ‘장마당’이 실질적으로 경제를 움직인다는 얘기도 나온다. 시장경제는 시장 참여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이뤄지기에 생산성이 매우 높다. 북한의 장마당 역시 필요를 초과하는 생산물을 시장에서 팔 수 있어 생산성이 높을 것이다.

중국은 정치체제는 사회주의를, 경제체제는 시장경제를 도입한 독특한 정경분리 정책을 유지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문제가 없다면 규제를 가하지 않는 네거티브 제도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알리바바 등 세계적인 중국 기업을 보면 중국 당국의 규제완화 정책이 부러울 정도다. 오늘날 중국을 만든 성공 사례를 보며 북한도 시장경제를 하루빨리 실험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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