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아침] 나는 우주로 간다

입력 2019-08-21 17:38   수정 2019-08-22 01:36

짙은 색 정장 차림의 사람 머리 부분이 금빛 나선형으로 휘돌고 있다. 사람의 몸과 천체의 모습을 이어 놓은 이 이미지는 사진가 사타(思他)의 ‘펄서 유니버스 아이 29-36’이다. 초현실주의 그림처럼 보이지만 여러 장의 사진을 합성한 것으로, 회화와 사진의 경계에 있는 작품이다.

펄서, 우주, 눈의 뜻을 담고 있는 제목을 풀어보면, 작가의 의도를 어느 정도 알 수 있다. 펄서는 별의 소멸 과정에서 생긴 중성자별의 하나로, 초고속으로 회전하며 전파를 발사한다. 한때 찬란하게 빛나던 별은 한바탕 잔치를 벌이듯 폭발한 뒤 예전의 모습을 잃어버린다. 하지만 펄서로 남게 된다. 우주는 모든 것이 존재하는 공간이고 눈은 인물의 정신을 상징한다. 작가는 세계와 인간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런 환상적인 장면으로 이야기한다. 인간의 예술이나 철학도 별처럼 한 시대를 풍미하다 결국 시들어 가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고 이 세상의 한 부분을 지탱하고 있다는 것이다. (서이갤러리 25일까지)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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