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 특혜 등 각종 의혹에 분노한 ‘2030’ 청년층들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 조 후보자의 사퇴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에 동의하는 사람이 하룻새 3만명 넘게 늘었고, 서울대·고려대 학생들은 조 후보자를 규탄하는 촛불 집회를 예고하고 나섰다.
서울대 학생들은 지난 21일 ‘조국 교수 STOP 서울대인 촛불집회’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했다. 촛불집회를 제안한 학생들은 조 후보자의 딸을 겨냥해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이 2주 인턴으로 병리학 논문 제1저자가 되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을 지원하는 장학금을 2학기 연속 혜택을 받고, 의전원 진학을 위해 자퇴하는 것이 정의로운 일인가”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이어 “서울대 학생으로서 조국 교수님이 부끄럽다”며 “조 후보자는 장관 후보자 뿐 아니라 교수로서 강단에 서는 것도 부적합하다”고 비판했다. 관련 촛불시위는 23일 오후 8시 30분에 서울대 중앙도서관 앞 아크로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다.
조 후보자의 딸 조모씨가 부정입학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는 고려대의 학생들도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고려대 학생들은 ‘조국 후보자 딸의 고려대 입학 과정에 대한 진상규명 촉구’ 집회를 23일 오후 6시 학교 중앙광장에서 열기로 했다. 조 모씨가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부산대 커뮤니티 ‘마이피누’에는 지난 21일 ‘진짜 촛불들어야 합니다’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 글에는 “대한민국 법다루는 법무부장관 오를 사람이 저런 윤리의식을 가지고 가도 된다는 것이냐. 정유라는 안되고 조국은 되냐”라는 댓글이 달렸다.
보수 청년 단체들도 조국 교수의 도덕성을 비판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오후 10시께 ‘전대협’이라고 소개한 청년 20여 명은 서울대 관악캠퍼스 정문에 나타나 “자랑스러운 조국 교수님의 법무부장관 임명을 가열차게 지지한다!”라는 대자보 수십 여장을 붙였다. 이들은 이날 유튜브 생방송을 통해 “조국 교수는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두루 섭렵한 융복합 인재”라며 “전대협은 대자보 2만장, 전단지 20만장, 현수막 50장을 살포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이 붙인 대자보에는 북한의 홍보문구에서 보이는 서체와 ‘가열차게’ ‘발탁하시었다’ 등 북한식 표현들이 두드러졌다. 언뜻 보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지지하는 단체로 보이지만 대자보에 담긴 내용은 반대였다. “‘2019 부끄러운 동문 1위’에 오르신 조국교수님”, “최순실을 넘어선 조국 교수님의 딸사랑” 등 조 후보자의 행적을 풍자하는 내용들이 대자보에 담겼다. 이 단체는 대자보에서 ‘전대협본부. 서울대학교 지부’라고 자신들을 소개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은 1987~1993년 활동했던 진보계열 학생운동단체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도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의견들이 팽팽하게 엇갈리고 있다. 지난 21일 ‘청와대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임명을 반드시 해 주십시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조 후보자가 사법개혁의 적임자라는 이 청원에는 12만6000여명(오후 3시기준)이 동참했다. 조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여론도 상당하다.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법무장관 임용을 반대합니다’라는 청원에는 11만 6000여명, ‘조국 범무장관 임명을 철회 부탁드립니다”라는 글에는 4만3000여 명이 찬성의 뜻을 밝혔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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