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 골판지 기업인 태림포장의 새 주인이 오는 27일 국내 대기업 및 중견기업과 중국 제지업체,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의 대결로 가려진다.
22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태림포장 인수 후보들은 실사와 경영진 면담을 모두 마치고 23일까지 주식매매계약(SPA) 초안을 대주주인 IMM프라이빗에쿼티(PE)에 제출한다. SPA 초안에는 태림포장을 인수할 때 어떤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할지 의견을 매도자에게 처음 전달하는 절차다. 인수가격과 함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의 중요한 변수다. 이어 27일로 예정된 본입찰을 통해 태림포장 인수전의 최종 승자를 가린다.
IMM PE와 매각주관사인 모건스탠리는 지난 6월 말 국내 최대 제지회사인 한솔그룹과 의류 제조·판매사인 세아상역, 중국 대형 제지업체 샤닝페이퍼, 글로벌 PEF 텍사스퍼시픽그룹(TPG)과 베인캐피털 등 5곳을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했다. 5곳 모두 본입찰에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샤닝페이퍼는 지난달 중순 가장 먼저 실사를 마쳤다. 샤닝페이퍼 최고경영자(CEO)가 방한해 태림포장 경기 안산 본사와 주력 공장인 경남 마산의 월산페이퍼, 경남 의령, 전북 정읍 공장(동원페이퍼) 등 전국 주요 공장 대부분을 둘러봤다.
샤닝페이퍼 최고경영진은 각 공장의 전체 생산량과 생산 가능한 제지 종류는 물론 강도 등 매우 세부적인 부분까지 꼼꼼하게 질문했다. 국내외 PEF를 재무적 투자자(FI)로 끌어들이는 작업을 진행하는 등 자금조달도 마무리 단계다.
TPG와 베인캐피털은 세계를 무대로 투자하는 미국계 PEF지만 국내 제지업계를 가장 잘 아는 운용사라는 평가를 받는다. TPG의 이상훈 한국 대표와 윤신원 전무, 베인캐피털의 한국 대표인 이정우 전무가 모건스탠리(MS) PE에 함께 재직했기 때문이다. MS PE는 국내 1위 신문용지 제지업체인 전주페이퍼와 화장지 제조업체인 모나리자를 인수한 운용사다.
TPG와 베인캐피털 모두 안산 본사와 월산페이퍼를 방문해 회계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실사했다. 국내 최대 골판지 회사라는 전략적 가치가 확실하기 때문에 인수 후 투자금 회수(엑시트)에도 문제가 없다는 분석이다. 두 PEF 모두 수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어 마음만 먹는다면 가장 높은 가격을 써낼 수 있는 곳으로 평가받는다.
세아상역은 인수 후보 가운데 가장 많은 40여 명의 실사단을 꾸렸으나 제지 전문가는 신문지업계 경력자 한 명에 불과한 것으로 전해진다.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외에는 명확한 인수 이유도 제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 후보 가운데 제지업 전문성은 가장 낮지만 국내 최대 증권사인 미래에셋대우를 자문사로 두고 미래에셋자산운용 PEF를 FI로 끌어들여 ‘복병’으로 분류된다.
20여 명으로 실사단을 꾸린 한솔그룹은 태림포장 인수를 자신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IB업계 관계자는 “실사와 경영진 면담에서 질문을 거의 하지 않을 정도로 태림포장에 대한 파악이 끝난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태림포장의 인수가격이 치솟으면 모태기업인 전주페이퍼 인수전으로 발을 돌릴 여지가 있는 점도 한솔그룹이 여유만만한 이유로 분석된다.
IMM PE는 2015년 인수한 태림포장의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 매각작업을 하고 있다. 매각 대상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인 태림포장 지분 70.9%와 태림페이퍼 지분 100%다. IMM PE는 태림포장의 가격을 1조원 이상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영효 기자 hug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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