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구조의 파생금융상품인 만큼 사태의 원인도 복합적이지만, 가장 큰 책임은 마구잡이로 갖다 판 은행 증권 등 금융회사들에 있다. 상품 고유의 위험분석과 투자 손실 가능성에 대한 고지에 소홀한 채 고객들에게 권유하고 판매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금융시장 신뢰 구축에 앞장서야 할 대형 시중은행인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전체 판매의 95.9%를 차지했다는 점은 꽤나 놀라운 사실이다.
은행권은 DLS 판매액의 1.0~1.5%를 또박또박 수수료로 떼고, 유사시 손실은 전부 투자자가 떠안는 상품을 팔면서도 위험 고지를 등한시했다. 손실 발생 후 고객의 문의전화마저 회피하는 사례가 쏟아지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선진화의 길이 아직 멀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물론 복잡한 금융상품의 위험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투자자들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실업급여 지급 등을 위해 적립 중인 고용보험기금이 584억원을 투자해 81%인 476억원의 손실을 입었다는 소식은 말문이 막힐 정도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의 1차 책임이 금융회사들의 불완전 판매에 있음을 부인할 수는 없다. 주목해야 할 것은 금융시장 리스크를 키우는 은행권의 왜곡된 인사·성과 평가제도다. 은행 내부게시판에는 “완전판매로는 할당된 영업목표를 채울 수 없는 상황에서 터질 게 터진 것”이라는 자조가 쏟아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지점별·직원별 업무성과를 평가하는 일종의 채점표인 KPI(핵심평가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가 수익성 위주로 구성되다 보니 ‘고객 만족’보다 영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얘기다.
KPI가 불완전 판매를 부르는 구조적 문제를 잘 알면서도 외면한 금융당국 책임도 크다. 금융당국은 지속적으로 KPI 개선의지를 밝혀왔지만 말뿐이었다. 기본적으로 안전한 상품을 선호하는 은행 고객들에게 투기적인 상품이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동안 상황을 수수방관했다. 지난 한 해 원금 비(非)보장형 DLS의 판매액이 3조1959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하며 경고사이렌이 켜졌던 만큼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가장 놀라운 것은 DLS와 같은 금리상품의 위험을 제대로 평가할 수 있는 기관이나, 평가 절차조차 제대로 없었다는 사실이다. 위험도가 정확히 측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완전 판매를 막을 방법은 없다. 불완전 판매는 DLS만의 얘기가 아니다. 내용이 복잡해 정보 비대칭성이 큰 점을 이용한 보험상품 불완전 판매 문제는 더 심각하다. 신용카드 역시 발급실적을 채우기 위한, 리베이트를 동원한 불법영업이 수시로 적발되고 있다. 시장 위험을 ‘나 몰라라’ 하고 금융소비자에게 손실을 떠넘기는 금융사들의 영업관행에 대수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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