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질환은 진단이 어렵고 치료제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 파브리병은 다양한 치료제가 개발돼 있습니다. 국내에서 허가받은 치료제만 네 가지입니다. 파브리병 치료법 중 주를 이루는 것은 체내 결핍된 효소를 정맥을 통해 주입하는 효소대체요법(ERT)입니다. 파브라자임(사노피 아벤티스·사진), 레프라갈(샤이어), 파바갈(이수앱지스) 등의 치료제가 ERT에 속합니다. 2주에 한 번 내원해 몇 시간 정맥주사를 맞아야 합니다.
지난달에는 국내에 먹는 약도 출시됐습니다. 세계 최초로 경구용 파브리병 치료제로 허가받은 갈라폴드(아미커스테라퓨틱스)입니다. 갈라폴드는 캡슐 하나를 이틀에 한 번 같은 시간에 복용하면 돼 편리하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다만 모든 파브리병 환자에게 효과가 있지는 않습니다. 갈라폴드는 부족한 알파-갈락토시다제A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효소 활성을 복원시키는 기전을 갖고 있어 순응변이 환자만 복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국내에 해당 환자는 50여 명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파브리병 치료제는 신장, 심장, 피부 등에서 질환 원인이 되는 당지질 GL-3를 줄여줍니다. 신장과 심장, 뇌혈관계 합병증으로 인한 사망이나 증상 진행을 늦추고 통증 경감으로 환자의 삶의 질을 높여줍니다. 파브리병은 희귀질환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환자가 많은 질환입니다. 희귀질환임에도 4개의 치료제가 있을 만큼 시장 경쟁이 치열한 이유입니다. 문제는 아직 진단되지 않은 환자입니다. 10만 명당 한 명 정도의 발생 빈도를 감안할 때 이유를 알 수 없는 다양한 증상으로 괴로움을 겪고 있는 미진단 환자가 400명가량 존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드라마를 통해 진단이 어려운 희귀질환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것은 반가운 일입니다. 대만에서는 신생아 스크리닝을 통해 남성 1250명당 한 명꼴로 조기에 환자를 발견한다고 합니다. 파브리병은 X 염색체를 통해 유전되는 질환이기 때문에 한 명의 환자를 통해 평균 다섯 명의 환자가 추가로 확인된다고 하는데요. 고통의 원인을 알 수 없는 환자들이 한시라도 빨리 진단을 받고 치료할 수 있게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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