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성장률 일제히 하락
미국의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1%(연율 기준)였다. 전분기(3.1%) 대비 1%포인트 낮아졌다. 올초까지 높은 성장세를 유지했지만 기세가 확 꺾였다. GDP의 70%를 차지하는 개인소비가 4.3% 증가했지만 기업 투자와 수출 등이 감소하면서 성장률이 하락했다.
유럽 제조업의 중심인 독일은 2분기 GDP가 전분기보다 0.1% 줄면서 성장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미·중 무역분쟁에 따른 수출 감소와 건설경기 불황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앞둔 영국의 GDP 증가율도 -0.2%로 부진했다. 영국 성장률이 분기 기준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12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아시아의 성장 엔진인 중국마저 예전 같지 않다. 중국의 2분기 성장률은 6.2%였다. 1992년 이후 27년 만의 최저치였다. 지난해 1분기(6.8%) 이후 성장률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일본은 2분기(0.4%)에도 0%대 성장에 머물렀다. 경제 규모 1~5위 국가의 경제 활동이 모두 둔화하고 있다는 의미다. 무역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실물 경제가 악화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중 간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 이탈리아 연합정부 붕괴, 홍콩 반정부 시위 등이 추가적인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채권금리 역전…금융시장도 요동
경기 침체 조짐에 따라 금융시장도 요동치고 있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로 뭉칫돈이 쏠리고 있다. 급증한 수요로 채권 가격이 더 뛸 것이라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공격적인 매수를 이어가고 있다. 채권 금리는 가파르게 떨어지고 있다. 채권 가격이 상승하면 채권 금리는 하락하게 된다.
특히 장기 채권 금리가 급락하면서 미국 국채 2년물과 10년물 금리 차이가 0.1%포인트가 안 될 정도다. 지난 14일에는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12년 만에 역전되기도 했다. 세계적 금융회사 크레디트스위스에 따르면 1978년 이후 총 다섯 차례 2년물과 10년물 금리가 뒤집혔다.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한 이후엔 어김없이 평균 22개월 안에 경기 침체가 뒤따랐다.
또 다른 안전자산인 달러 가치도 뛰고 있다. 지난 4월 초까지 달러당 1130원대였던 원·달러 환율은 가파르게 상승해 이달 1200원을 돌파했다. 국제 금 가격도 같은 기간 온스당 1200달러대에서 1500달러대로 올랐다. 반면 투자자의 위험 회피 성향이 강해지면서 미국 다우지수를 비롯한 글로벌 주식시장이 빠르게 가라앉고 있다.
줄 잇는 각국 기준금리 인하
세계 주요 국가들은 기준금리를 내리고 있다. 지난 5월 뉴질랜드, 말레이시아, 아이슬란드가 금리를 낮췄고 호주도 6월과 7월 연달아 금리를 내렸다. 호주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인 연 1.0%까지 낮아졌다. 미국 중앙은행(Fed) 역시 지난달 기준금리를 연 2.25~2.50%에서 2.0~2.25%로 인하했다. 예상보다 지표가 부진하자 금리 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여러 국가가 발 빠르게 금리 인하 카드를 꺼내든 것은 한 번 불황에 진입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아서다. 경기 침체가 불황으로 이어지면 제품가격 하락과 판매 부진 등에 따라 기업 실적이 악화하게 된다. 수익이 줄어든 기업은 투자를 미루고 임직원을 줄이거나 임금을 삭감한다. 가계 소비마저 위축돼 돈이 돌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당분간 세계적으로 금리 인하 행진이 이어질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가장 큰 관심은 미국이 또 한 번 금리를 내릴 것이냐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이 “지난달의 기준금리 인하는 중기적 정책 조정”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추가 인하 가능성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Fed를 향해 “추가로 1%포인트 이상 내리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다음달 Fed가 미국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가능성이 81.2%에 달했다.
■NIE 포인트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어떤 상황인지 정리해보자. 금융시장에서 경기 침체를 알리는 징후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경제 상황과 관련된 용어들을 정리하고, 안전자산과 위험자산을 분류하고 이에 대해 토론해보자.
김진성 한국경제신문 마켓인사이트부 기자 jskim102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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