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의 생생헬스] 민물 생선회 즐기는 '도시어부'…황달·복부통증 땐 담도암 의심을

입력 2019-08-23 11:09   수정 2019-08-30 09:57


국내 담도·담낭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29%다. 췌장, 폐암에 이어 생존율이 낮은 암으로 꼽힌다. 이런 담도·담낭암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민물고기 회다. 강에서 잡은 물고기를 회로 먹은 뒤 기생충인 간디스토마(간흡충)에 감염되면 담도·담낭암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간흡충을 1군 발암물질로 지정한 이유다. 간흡충은 한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섬진강 등 국내 5대강 유역을 중심으로 유행하고 있다. 담도·담낭암과 간흡충 감염증 등에 대해 알아봤다.

쓸개 등에 암 생기는 담도·담낭암

국가암정보센터에 따르면 2016년 기준 국내에서 담도·담낭암에 걸려 진료받은 환자는 6685명이다. 담도·담낭암은 쓸개(담낭)와 쓸개관(담도) 등에 암이 생기는 것이다. 담낭은 간에서 생긴 쓸개즙(담즙)을 저장하는 곳이다. 속이 빈 근육층으로 이뤄졌다. 길이와 폭이 10㎝를 넘지 않는다. 담즙에는 소화효소가 들어 있다. 간에서 담즙을 만들면 담도를 통해 담낭 안에 농축돼 모인다. 밥을 먹으면 30분 안에 이 담즙이 또 다른 담도를 통해 십이지장 등으로 모두 배출된다. 담즙을 활용해 지방을 소화하기 위해서다. 종종 술 등을 많이 마신 뒤 심하게 구토를 하다가 ‘노란 물’이 나오는 경험을 할 때가 있다. 이때 나오는 노란 물은 담낭에서 나온 담즙일 가능성이 높다.

이런 담도·담낭에 악성 종양이 생기는 것을 담도·담낭암이라고 한다. 이 암은 아직 발병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폐암을 막기 위해 금연하라고 하고, 위암을 막기 위해 저염식을 하라고 권하는 것처럼 명확하게 권고하는 예방수칙 및 검진 기준이 없다. 담도·담낭암은 담석이 있거나 선천성 기형, 궤양성 대장염이 있으면 발병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담도염이 있거나 궤양성 대장염이 있으면 이들 질환을 치료해야 한다. 담도 기형, 간경변증도 마찬가지다. 화학물질에 자주 노출되는 것 역시 암 위험을 높인다. 화학약품공장과 고무공장 등에서 일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암 발생 위험이 크다. 민물고기를 익히지 않고 먹은 뒤 감염되는 간흡충도 주원인으로 꼽힌다. 간흡충증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에 환자가 집중된다.

국내 기생충 감염 63%는 간흡충

간흡충 환자가 많은 지역에는 담도·담낭암 환자도 많다. 동석호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흡충은 장내 기생충의 일종으로, 민물고기를 날로 먹거나 오염된 주방기구 등을 통해 쉽게 감염된다”며 “간흡충은 담관 안에 기생하면서 복부통증, 담낭염, 담관염 등을 유발하기 때문에 WHO에서는 담도암의 1급 원인으로 지정했다”고 말했다.

간흡충은 2㎝ 내외 크기 나뭇잎 모양 기생충이다. 국내에서 발견된 고분, 고대 미라에서도 알이 나올 정도로 오래된 기생충이다. 민물에 사는 쇠우렁이 속에 있다가 밖으로 퍼져나와 피라미, 참붕어, 돌고기 등의 근육 속에 기생해 산다. 간흡충이 기생하고 있는 민물고기를 생으로 먹으면 사람에게 옮겨간다. 주로 담도로 들어가는데 이 기생충이 죽지 않고 계속 머물러 있으면 만성 담도염으로 이어져 담도암이 생길 위험이 높아진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이 질병관리본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6~2018년 국내 기생충 감염 보고의 63%가 간흡충 감염이었다. 민물고기를 익혀 먹으면 간흡충 감염을 막을 수 있다. 구충제를 먹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황달 증상도 상당히 진행된 뒤 생겨

담도·담낭암은 치료하기 어려운 암으로 꼽힌다. 몸속 깊숙한 곳에서 암이 자라는 데다 장내 내시경 등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초기 증상도 거의 없다. 암이 상당히 진행된 뒤 진단받는 환자가 많은 이유다.

환자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황달이다. 암이 십이지장으로 이어지는 담도를 막아 담즙이 배출되지 않으면 혈액 속 빌리루빈 성분이 늘어난다. 빌리루빈은 역할을 끝낸 적혈구가 파괴될 때 헤모글로빈이 분해되며 생기는 물질이다. 담즙 색소를 구성하는 주성분이기도 하다. 황달이 생기면 피부와 눈 흰자위가 노랗게 변한다. 갈색 소변, 회백색 변을 보기도 한다. 전신에 가려움증도 나타난다. 하지만 담도·담낭암이 생겨도 어느 정도 심해질 때까지는 황달 증상이 생기지 않는다. 담즙이 계속 순환하기 때문이다. 복부팽만감, 소화불량, 체중감소, 피로감, 식욕부진, 구토 등 다른 질환과 구분하기 어려운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많다.

간 수치에 이상이 있어 추가 검사를 받았다가 담도·담낭암으로 진단받기도 한다. 오른쪽 윗배 또는 명치로 불리는 가슴 가운데 부분의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도 있다. 담도·담낭에 염증이 생기면 열이 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증상이 있으면 바로 병원을 찾아 진료받아야 한다.

담도·담낭암을 완치하는 방법은 수술로 암을 떼어내는 것이다. 하지만 환자의 80% 정도는 수술조차 불가능한 상태다. 주변에 중요한 혈관이 많고 복강, 간과 가까워 주변 장기로 암이 빨리 퍼지기 때문이다. 동 교수는 “담도·담낭암은 진단 및 치료가 어려운 질환 중 하나”라며 “가능한 한 일상생활에서 위험 요인을 피하고 정기검사를 받는 것이 최선의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수술 복잡한 담도·담낭암

담도·담낭암은 복부초음파, 복부 컴퓨터단층촬영(CT), 복부 자기공명영상(MRI) 등을 활용해 진단한다. 가장 좋은 치료법은 수술이다. 하지만 전체 담낭암 환자 중 암을 잘라내는 절제 수술을 할 수 있는 환자는 10~30%에 불과하다. 담관암은 이보다 좀 더 높기는 하지만 40~50% 정도만 수술할 수 있다. 담도·담낭암은 수술 자체가 어려운 암으로도 꼽힌다. 간 밖에 생긴 담도·담낭암은 암이 생긴 위치와 크기 등에 따라 췌장, 십이지장, 담도, 담낭을 잘라내고 이를 소장과 연결해야 한다. 수술 과정이 복잡하고 정교하게 접합해야 한다. 간 속에 있는 담도에 암이 생기면 간을 상당 부분 잘라내고 남은 간의 담도를 소장과 연결해야 한다.

박민수 경희대병원 간담도췌장외과 교수는 “절개 범위를 줄이는 복강경 수술 및 로봇수술을 활용하면 안전성을 높이고 합병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며 “출혈도 적어 개복 수술보다 회복까지 걸리는 시간이 짧다”고 했다. 그는 “미용적으로 우수한 것뿐 아니라 시야를 넓게 확보할 수 있어 수술을 더 정교하게 하고 수술 후 통증이 적어 환자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동석호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박민수 경희대병원 간담도췌장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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