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델루나' OST 열풍…'도깨비 신드롬' 넘어서나

입력 2019-08-23 17:39   수정 2019-08-24 00:31


이지은(아이유)과 여진구가 주연으로 나선 tvN 토일드라마 ‘호텔 델루나’의 돌풍이 거세다. 지난달 13일 방영을 시작한 ‘호텔 델루나’는 첫 회 시청률 7.3%(닐슨코리아)로 출발해 이달 18일엔 10.4%로 두 자릿수를 돌파했다. 드라마 이상으로 주목받는 것이 OST(오리지널 사운드 트랙)다. 가수 폴킴의 ‘안녕’과 벤의 ‘내 목소리 들리니’, 거미의 ‘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때를’ 등 세 곡이 지난 13일 국내 최대 음원사이트 멜론 실시간 차트 1~3위를 싹쓸이했다. ‘호텔 델루나’ OST는 23일 오전 9시 기준으로도 1~3위를 차지했고, 10위권에 6곡이 포진했다. 상위 20위권으로 넓히면 7곡, 50위권에는 11곡이 랭크됐다.

‘호텔 델루나’ OST는 지난달부터 매주 평균 두 곡의 음원을 공개할 때마다 서로 1위 다툼을 벌였다. 태연의 ‘그대라는 시’를 시작으로 헤이즈의 ‘내 맘을 볼 수 있나요’, 거미의 ‘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때를’, 벤의 ‘내 목소리 들리니’, 폴킴의 ‘안녕’, 펀치의 ‘던 포 미(Done For Me)’ 등이 공개될 때마다 잇달아 1위를 차지했다.

18일 방송된 12회에서 장만월(이지은 분)과 구찬성(여진구 분)의 애틋한 키스신보다 더 화제를 모은 건 OST였다. ‘우리의 결말이/슬프지 않았으면 좋겠어/이 순간을 떠올리며 울지 않도록/그러면 안 될까/want happy ending~’ 아이유가 12회 대본을 보고 엔딩 신을 위해 가사를 쓴 이 곡은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렸다. 하지만 OST를 음원으로 낼 계획은 없다고 밝혀 아쉬움과 함께 더욱 화제를 모았다.

김진우 가온차트 수석연구위원은 “올 6월에는 월간 차트에서 OST 점유율이 3.6%로 저조했지만 7월 ‘호텔 델루나’ OST 공개 이후 5.6%로 반등했다”며 “8월에는 10%에 육박하거나 넘을 것으로 예측된다”고 말했다. 한 드라마의 OST가 차트를 휩쓴 것은 2016년 말~2017년 초 방영된 tvN 드라마 ‘도깨비’ 이후 약 2년 반 만의 일이다.

‘호텔 델루나’ OST의 성공 요인으로는 드라마 장면과 맞아떨어지는 서정적인 가사, 막강한 가창 라인업, 제작사와 프로듀싱팀의 시너지 등 여러 가지가 꼽힌다. 김 위원은 “드라마의 장면과 OST가 절묘하게 어우러질 때 OST가 인기를 끌 확률이 높다”고 했다. ‘호텔 델루나’ 10회에서 장만월이 눈물을 흘릴 때 흘러나온 폴킴의 ‘안녕’은 발매 다음날 멜론 차트 1위로 직행했다.

음원 강자들로 구성된 가창 라인업도 막강하다. ‘호텔 델루나’에서는 지금까지 먼데이키즈&펀치, 십센치, 태연, 양다일, 헤이즈, 청하, 거미, 레드벨벳, 벤, 폴킴, 송하예 등이 12곡의 OST를 선보였다. 김 위원은 “OST 가수들의 세대교체를 반영한 라인업”이라며 “폴킴, 거미, 태연은 대중에게 검증된 음원 강자들”이라고 설명했다. 강태규 음악평론가는 “차트에서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로 최고의 라인업”이라며 “음원 차트를 휩쓸고 있는 것은 가창자들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호텔 델루나’ OST 제작사 냠냠엔터테인먼트의 송동운 대표와 함께 ‘OST 장인’으로 불리는 프로듀싱팀 로코베리의 시너지도 빛을 발했다. 로코베리는 OST ‘안녕’ ‘기억해줘요 내 모든 날과 그때를’ ‘내 목소리 들리니’를 작곡·편곡했다. 귀에 쏙 들어오는 멜로디와 노랫말도 인기 요인으로 꼽혔다. 로코베리는 “OST가 히트하려면 멜로디의 후렴이 확실해야 한다. 그래야 시청자들이 영상에 맞춰 극대화된 감정을 느낄 수 있다”며 “그래서 연주와 편곡 면에서 후렴을 돋보이게 한다”고 설명했다.

OST는 일반 음원에 비해 수명이 짧은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도깨비’ OST인 에일리의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는 종영 한 달 뒤에도 멜론 월간 종합 차트 1위를 차지했다. ‘호텔 델루나’ OST가 이런 전례를 재현할지도 관심사다. 강 평론가는 “가창자들의 팬덤이 두텁기 때문에 드라마와 상관없이 독립된 하나의 곡으로서 종영 이후에도 차트에 존재할 가능성은 있다”고 내다봤다.

김수경 한경텐아시아 기자 ks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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