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로 양국의 긴장관계가 높아지면서 증시 불확실성도 증폭되고 있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등 시장에 메가톤급 영향을 미칠 국내외 일정도 줄줄이 예정돼 있다. 추석 연휴가 있는 다음달 중순까지 증시가 불확실성에 짓눌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증시, 일본 보복 여부에 촉각
23일 코스피지수는 2.71포인트(0.14%) 내린 1948.30에 마감했다. 장 초반 1940선까지 밀리다 오후 들어 하락폭을 줄였다. 개인투자자가 915억원어치 순매도했지만 외국인투자자와 기관투자가는 각각 82억원, 659억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날 하락폭은 크지 않았지만 일본과의 갈등이 향후 증시 변동폭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본의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국가) 제외 조치가 시행되는 28일을 전후로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이 확대될 가능성이 언급된다. 신한금융투자는 양국이 초강경 대응을 주고받는다면 코스피지수가 1850선까지 밀릴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놨다.
한대훈 SK증권 연구원은 “일본이 한국에 실질적인 피해를 주기 위한 전략을 쓸 가능성이 높다”며 “국산화 대체주로 주목받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소재 업체 일부를 제외하고 시장 전반적 투자심리는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9월 일본 정부 개각과 10월 일왕 즉위식 등을 통해 대화가 재개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추석 연휴까지 불안정한 흐름
대외 환경 변화로 인한 불안정한 증시 흐름은 추석 연휴(9월 12~14일)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은 다음달 1일부터 중국산 리튬이온 배터리와 악기, 농산물 등 일부 품목에 대해 10% 관세를 부과할 계획이다.
일각에선 홍콩 시위가 세계 경제에 큰 충격을 주는 ‘블랙 스완’이 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금융시장의 불안 요인이 단기간 내 해소될 가능성이 높지 않다”며 “추석 연휴 이전까지 증시는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음달 17~18일로 예정된 FOMC가 열리기 전까지는 투자자들의 관망세가 짙어질 것이란 전망이다. 백찬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의 발언과 장단기 금리 역전 등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며 “기대와 경계감이 공존하면서 시장이 불안한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도체株 ‘주목’
전문가들은 “주도주인 반도체주에 대한 관심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김병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가격이 바닥권에 도달한 가운데 3분기 상장사들의 영업이익 전망치 하향 조정 추세는 진정되고 있다”며 “미국 정보기술(IT) 기업의 수요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비와 소재 등 IT 업종 전반이 긍정적 영향을 받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장현호 빌리언폴드자산운용 매니저는 “미·중 무역전쟁이 완화돼 반도체에 대한 수요가 조금만 늘어나도 업황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다”며 “4분기부터 대형주 중심의 상승장을 기대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에도 주가 상승세가 미미한 종목을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정훈석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사상 최대 분기 실적주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주가가 작년 연평균 주가를 밑도는 종목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며 대웅, CJ ENM, 오텍 등을 지목했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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