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보니까 허점투성이" 블라인드 채용, 획일 적용 안 된다

입력 2019-08-23 17:35   수정 2019-08-24 00:05

공공기관에 ‘블라인드 채용’이 도입된 지 2년이 넘었지만 곳곳에서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각 기관과 직무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적용한 탓이다. 기관·기업, 구직자 모두에게 불만인 제도가 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국책 연구기관이다. 전 세계 연구기관과 대학들은 연구원을 채용할 때 석·박사 학위를 받은 학교와 전공 등을 중시한다. 지도교수와 논문 등을 통해 연구성과 등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선 블라인드 채용 의무화로 학력을 빼놓고 평가하다보니 전형 단계만 늘고, 인재를 가려내기 더 힘들어졌다는 연구기관들의 목소리가 높다.

공기업 채용에서도 마찬가지다. 취업준비생들이 선호하는 서울 지역 금융공기업에서 블라인드 채용 도입 후 명문대 출신 신입사원 비중이 높아졌다. 기업들이 제한된 정보만으로 인재를 뽑기 힘들어지자 필기시험 난도를 높인 결과다. 명문대 출신 쏠림 현상을 줄이고 출신학교 등을 다양화하려는 블라인드 채용의 취지가 무색해진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는 제도를 보완하기는커녕 채용절차법 시행령을 개정해 민간기업에까지 블라인드 채용을 도입했다. 기업이 구직자에게 직무 수행과 무관한 용모·키·체중, 출신지역·혼인여부, 부모 직업 등을 물으면 최대 5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항공사 승무원이나 보안요원 등 업무 특성상 일정 신체조건을 필요로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률적으로 기준을 따르라는 식이다. 공정한 채용이라는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획일적인 적용은 곤란하다. 더구나 민간 기업의 인재 선발에까지 정부가 개입해선 안 된다. 기업마다 원하는 인재상이 다른 만큼 채용 기준과 과정은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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