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뱅크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모바일 뱅크’를 표방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지문인식 등으로 계좌에 손쉽게 접속해 쉽게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했다. 아톰뱅크의 예금 보유액은 2017년 말 약 11억파운드(약 1조6300억원)로 1년 새 201.6%나 늘어났다. 올해 7월 말 현재 약 25억파운드(약 3조7000억원)에 이른다.
‘아톰뱅크 벤치마킹’을 공개적으로 표방한 곳이 한국의 카카오뱅크다. 카카오뱅크는 2017년 7월 출범 때부터 핀테크(금융기술) 기업답게 ‘고객을 모으고, 잇고, 연결하는 금융플랫폼’을 모토로 내세웠다. 간편이체, 현금자동입출금기(ATM) 수수로 무료, 각종 모임의 통장관리가 수월한 ‘모임통장’ 등 특화 서비스와 상품으로 돌풍을 일으켰다.
카카오뱅크 앱(응용프로그램)은 최근 시중은행을 제치고 국내에서 월 사용자(약 609만 명)가 가장 많은 모바일뱅킹 앱으로 등극했다. 한 달 전 가입자 1000만 명을 넘긴 데 이은 겹경사다. 카카오뱅크의 돌풍은 비대면(非對面) 등으로 급속히 바뀌는 세계 금융시장의 변화를 보여준다. “세상에는 은행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은행 서비스가 필요한 것”이라는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의 전망처럼 기존 은행의 영향력 퇴조가 가시화되고 있다.
자본과 기술의 경계가 사라진 글로벌 시대에서 인터넷은행 간 경쟁도 점점 더 달아오르고 있다. 세계적으로 100개가 넘는 인터넷은행이 난립하고 있지만 두각을 나타내는 곳은 많지 않다. 아톰뱅크(게임 개발자 주축), 위뱅크(중국 인터넷기업 텐센트 자회사), 카카오뱅크 등에서 보듯 소비자 선호에 즉각 반응할 수 있는 핀테크 기업이 선도하고 있다.
각국의 규제 환경도 변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한국 인터넷은행은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제한) 등 겹겹이 쌓인 규제에 신음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돌풍’이 한국을 넘어 세계 금융시장의 ‘태풍’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면 이런 규제환경 철폐가 시급하다.
김태철 논설위원 synerg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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