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00원이면 윈도10 구입
2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MS는 자사의 소프트웨어가 불법으로 판매되고 있다며 국내 온라인 쇼핑몰 업체에 협조공문을 보냈다. 일부 판매자가 윈도10, MS오피스 등을 정품이라 속이고 제품키를 발송하는 방식으로 팔고 있는 것을 단속해달라는 것.
제품키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때 사용자가 정품을 사용했다는 것을 인증하기 위해 입력해야 하는 문자 및 숫자로 구성된 고유의 번호다. 윈도10 소프트웨어는 MS 홈페이지에서 다운받고, 정품 제품키를 결제해 입력하면 사용할 수 있다.
쿠팡, 티몬 등에서는 불법 윈도10 등을 파는 판매자가 수백 명에 이른다. 판매 가격은 최저 2500원이다. 정품(20만원)의 100분의 1 수준이다. 이들은 ‘초특가 판매’ ‘정품이 아닐 경우 100% 환불’ ‘제품키 24시간 실시간 발송’ 등의 문구를 앞세워 소비자를 유인했다.
유명 쇼핑몰에서 대놓고 판매하기 때문에 소비자들은 불법 소프트웨어인지 알기 어렵다. 상품 문의 게시판에 정품인지를 묻는 글에 판매자는 정품이 맞다는 답변도 달았다. IT업계 관계자는 “상당수가 비영리 용도나 기업에서 대규모로 구입한 제품 등이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유출된 것”이라며 “해당 제품키로 대부분 정품 인증이 가능하기에 판매자 또는 소비자도 불법인지 인지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의 판매는 불법이라고 MS는 주장했다. MS의 라이선스 정책상 제품키는 별도로 거래될 수 없고 위조 제품키를 거래하면 상표법 위반이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MS 관계자는 “소비자가 사전에 불법을 인지한 것은 물론 의심하다가 제품을 구입했어도 저작권법 위반으로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불법 소프트웨어는 보안에 취약
최근 윈도10 수요가 증가하는 것도 단속의 한 배경이다. MS가 내년 1월부터 윈도7의 공식 기술 지원을 종료할 예정이어서 PC OS(운영체제)를 윈도10으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수요가 급증했다. 시장조사업체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국내 PC에서 윈도7의 사용 점유율은 29%에 달한다. 윈도10에 대한 추가 수요가 아직 많다는 뜻이다.
MS는 제품키로 구입한 소프트웨어의 안정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제품키로 설치한 소프트웨어는 향후 업그레이드 서비스를 받는 데 한계가 있다. 지난해 MS가 한국 등 아시아 지역 9개 국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불법 소프트웨어가 설치된 PC의 84%에서 바이러스 등 멀웨어(악성 소프트웨어)가 발견됐다. 보안업계 관계자는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면 PC 내 금융정보 등이 유출될 가능성이 크고 PC 성능도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정품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려는 노력이 아직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 비즈니스소프트웨어연합(BSA)은 ‘2018 글로벌 소프트웨어 조사 보고서’를 통해 한국 내 PC에 설치된 소프트웨어 중 32%를 불법으로 추정했다. 일본(16%)의 두 배 수준이다. 불법 이용에 따른 소프트웨어업계의 피해 규모는 5억9800달러(약 6055억원)에 달했다.
IT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IT 업체들이 소프트웨어 판매를 패키지 상품 방식에서 월정액제 방식으로 바꾸고 있는 것도 불법 소프트웨어 유통을 사전에 막으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 제품키
product key.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때 사용자가 정품을 사용했다는 것을 인증하기 위해 입력해야 하는 문자 및 숫자로 구성된 고유의 번호. 보통 소프트웨어 패키지 상품에 밀봉된 형태로 제공된다. 온라인으로 불법 소프트웨어를 구입할 경우 판매업자가 제품키를 이메일 등으로 알려준다.
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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