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봉합'보다 '확전'이란 최악의 길로 접어들고 있어서다.
26일 개장 직후부터 코스피는 2% 가까운 급락세를 보이며 1900선까지 위협받고 있는 가운데 중소형주(株) 중심의 코스닥지수는 600선 아래로 빠졌다.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치솟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감안하면 1900선 밑에서 추가 하락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이번 주 중에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 지수 재조정 등 추가 이슈가 기다리는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윤지호 "1900선 밑에서 더 빠지기 어렵다" vs 고태봉 "저점 추정 힘들어"
윤지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지난주 있었던 미국과 중국의 관세 난타전으로 무역분쟁 이슈가 격화된 점이 증시에 반영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이런 불확실한 상황을 타개하려면 동력(모멘텀)이 필요한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이나 내달 중순에 있는 미국 중앙은행(Fed)의 조치 등이 이에 해당할 것"이라고 했다.
윤 센터장은 "주가가 워낙 빠져 있는 상황이라 "1900선 밑에서는 추가적으로 빠지진 않을 것"이라며 "증시에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거나 금 혹은 은과 같이 위험자산 반대편에 있는 자산들에 대한 투자도 가능하다"며 "다만 기본적으로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주식들이 대체로 할인되는 경향이 있어 '좋은' 주식이 주가가 빠져있다면 매수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부연했다.
반면 국내 증시의 저점을 추정하기 힘든 상황이란 전망도 나왔다.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과 중국은 우리나라가 가장 많은 제품을 파는 국가들"이라며 "이들의 화해 없이는 국내 증시의 저점을 추정하기가 힘들다"고 했다.
미중 무역갈등의 봉합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과거 역사적 저점으로 여겨졌던 주가순자산비율(PBR) 0.8배에 의미를 두기 힘들다는 것이다. 고 센터장은 "코스피는 다양한 경기침체의 상황에서 0.8배를 지켜냈는데, 그때는 미국과 한국 증시가 모두 급락했던 상황"이라며 "그러나 지금 다른 나라 증시의 수준이 한국보다 위에 있다"고 했다.
미국과 증국 증시가 본격적인 하락 국면에 들어간다면 코스피의 추가 하락도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다. 그는 "그나마 국내 증시를 지탱하고 있었던 것은 올 4분기 기업실적 기대감이었다"며 "미중 화해를 생각해서 4분기 기저효과를 기대했는데, 양국간 관세부과 난타전이 예고돼 우려가 더 커졌다"고 진단했다.
한국 수출의 핵심은 반도체고, 반도체는 미중 무역의 핵심이기도 하다. 양국의 경색이 더 심해지면 반도체 경기의 반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일본이 오는 28일 비전략물자까지 한국 수출을 규제한다면 더 암담하다.
고 센터장은 "현 시점은 현금비중을 확대하거나 안전자산으로 옮겨갈 때"라며 "유틸리티 음식료 등 경기방어주도 원화약세로 인한 원가 상승 우려에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단기적 대응 전략은?…"주 중반이 고비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분석가)도 "주말 사이에 미중 무역분쟁이 심화되면서 주식 시장에 몹시 부정적인 상황"이라며 "더욱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가 관세 부가나 관세율 인상 조치를 언급하면서 상황은 더 악화일로"라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에 대한 이전까지 발언은 완화적이었는데 중국의 맞대응 소식 이후로 '적'이라는 표현을 쓰는 등 부정적인 변화가 감지되고 있어 우려된다"고도 했다.
노 애널리스트는 "미국 선물 지수가 1~1.2% 사이에서 하락 중인데 이 같은 선물지수의 움직임은 국내 증시에도 '추가 하락'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라서 아시아 증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주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EM) 지수 재조정에 따른 외국인 자본 유출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는 것. 그는 "MSCI 이슈까지 겹쳐서 이번 주 증시는 전반적으로 하락 구간에 놓여있으며 증시가 반등할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도 없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주에는 미국의 경제지표까지 잇따라 발표된다. 긍정적인 투자지표가 나오면 단기적으로 반등할 수도 있지만, 미중 무역분쟁 리스크가 계속 반영될 예정이라서 하방 압력이 더 강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 원 부국증권 애널리스트 "지난주 미국과 중국 간 무역분쟁 심화와 미 중앙은행(Fed)의 향후 통화정책 향방에 대한 이슈 탓에 국내 증시의 실망감이 커졌다"면서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적'이라는 표현하는 등 대중 무역 스탠스가 강경하게 바뀌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주 초반까지 주가 약세가 이어지다가 중반 이후로 다소 안정을 찾고 횡보할 것이란 게 이 애널리스트의 분석이다.
그는 "이번 주 시장은 미국의 2분기(4~6월) 성장률(GDP)이나 일본과의 무역 통상마찰이 얼마나 격화될지 여부가 주요 관전 포인트"라며 "주중 증시는 주 초반 하락세를 보인 이후 중반부터 횡보를 나타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기업들의 경우 대외 불확실성이 악화될수록 주가에 직접적인 악재로 작용되고 있는 상황이라서 당분간 주가 부진이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한민수 / 윤진우 /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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