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어플라이드社 뚫은 로봇 전문업체 티로보틱스 "서비스·의료용 로봇시장에 도전하겠다"

입력 2019-08-26 17:33   수정 2019-08-27 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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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 과정은 ‘먼지와의 전쟁’으로도 불린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오염물질(파티클)이라도 제품에 붙으면 불량품이 된다. 일부 생산공정에서 진공 상태를 유지하는 이유다.

티로보틱스는 인간이 활동할 수 없는 진공·고열 환경에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생산하는 로봇을 만든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산업용 진공로봇을 생산하는 업체다. 안승욱 티로보틱스 대표는 “일본 기업이 독점하던 진공로봇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며 “산업용 진공로봇을 기반으로 서비스·의료용 로봇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 미래 먹거리를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유일 진공로봇 생산

티로보틱스는 2009년부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운반하는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 빠른 속도로 진동 없이 패널을 움직이는 게 핵심이다. 2012년부터는 세계 1위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에 산업용 로봇을 납품하고 있다. 매출도 대부분 어플라이드에서 나온다. 티로보틱스가 납품한 로봇으로 어플라이드가 생산장비를 제작한 다음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BOE 샤프 등 글로벌 기업에 공급한다. 안 대표는 “기존 어플라이드의 진공로봇 납품사는 대부분 일본 기업이었지만 지금은 티로보틱스가 절반가량을 공급한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중소기업인 티로보틱스가 글로벌 기업인 어플라이드와 전략적 제휴를 맺을 수 있었던 것은 국내 대기업 납품 실적 덕분이었다. 삼성전자 LG디스플레이 등에 제품을 공급한 이력을 본 어플라이드가 먼저 티로보틱스를 인정한 것이다. 대기업 납품도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2004년 설립 후 일부 이익을 포기하면서까지 꾸준히 대기업 문을 두드렸다. 안 대표는 “대기업으로선 생산장비 교체가 큰 리스크여서 납품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았다”며 “양산용이 아니라 ‘돈이 안 되는’ 시험 가동용 장비나 부품을 생산해주면서 오랜기간 신뢰를 쌓았다”고 설명했다.

규모가 큰 일본 경쟁사에 비해 의사 결정과 생산 속도가 빠르다는 것도 어플라이드와 손잡을 수 있었던 원동력이다.

안 대표는 “아무리 좋은 제품도 고객이 요구한 적시에 납품하지 못하면 무용지물”이라며 “조직이 작기 때문에 개발과 생산 과정에서 유연하게 인력을 동원할 수 있는 게 강점”이라고 설명했다.

서비스·의료로봇 시장에 도전

지난해 티로보틱스 실적은 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예상보다 부진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투자를 늘리던 중국 기업들이 미국 기업인 어플라이드와의 공급계약을 미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는 실적이 좋아질 것이란 게 안 대표의 설명이다. 안 대표는 “납품 시점이 지연된 것일 뿐 계약이 완전히 무산된 것은 아니다”며 “지연된 수요가 올 하반기와 내년 초에 한꺼번에 반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비스용 로봇과 의료용 로봇 시장 진출에도 적극적이다. 서비스용 로봇 시장이 커질 것으로 보고 연구개발에 뛰어들었다. 이달 초에는 공간 마케팅 전문 기업인 디스트릭트홀딩스와 협력해 서울 성수동에 로봇카페인 ‘카페봇’을 열었다. 이 카페에선 커피 로봇이 커피를 추출하고 디저트 로봇이 케이크 위에 고객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준다. 안 대표는 “푸드테크 시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로봇 제어 기술과 소프트웨어를 5년여 전부터 개발하기 시작했다”며 “음식료업에 로봇을 도입하려는 업체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뇌졸중 환자의 재활을 돕는 의료용 로봇도 임상시험을 마쳤다. 뇌졸중으로 마비가 온 환자가 수월하게 걷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돕는 로봇이다. 안 대표는 “서비스용 로봇은 내년부터, 의료용 로봇은 3년 후부터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될 것”이라며 “로봇산업에서 각광받을 수 있는 분야를 미리 발굴해 제품군을 늘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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