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페이스북 글에 지지·응원 글 넘쳐나는 이유

입력 2019-08-26 22:53   수정 2019-08-28 10:13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국민들에게는 '용'이 될 생각말고 붕어 가재로 개천에서 행복하게 살라 해놓고 자신의 자녀는 '용'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갖은 노력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분노를 사고 있다.

논문 참여와 고려대 입학, 6차례의 몰빵 장학금, 부산대 의전원까지 구체적으로 드러난 불법사항은 없지만 문제는 조 후보자의 입이었다.

과거 조 후보자는 스스로를 강남 좌파라고 인정했으며 특목고, 특히 외고에 대해서 외국어 공부하러 갔으면 외국어 진로로 가도록 확실하게 규제라든지 이런 게 있어야 된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런데 실체를 들춰보니 조 후보자의 딸은 외고를 나왔는데 딸은 의학전문대학원 다니고 있다. 개인과 정책적인 것은 다르다는 것을 감안해도 그야말로 '내로남불'의 전형적인 케이스로 스스로 당당하기는 조금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아버지로서 철저하지 못하고 안이했다는 자아비판과는 달리 상상을 초월하는 스펙관리 끝에 조 후보자의 딸은 고대 환경생태공학부, 서울대 환경대학원을 거쳐 현재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고 있다. 아들은 미국 조지워싱턴대를 졸업한 뒤 현재 연세대 대학원에서 정치외교학을 전공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적 신념이 확실했던 조 후보자는 국정농단 사태 당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유라의 입시특혜는 물론 논문과 장학금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남겼으며 지금 고스란히 부메랑이 돼 조 후보자에게 돌아오고 있다.

조 후보자는 2010년 유명환 외교부 장관이 딸 특채 문제로 사퇴를 앞두고 있을 때 고위직이 잘못해서 사과를 하는 걸 파리를 예로 들어 비판했다.

파리가 앞발을 비빌 때는 먹을 준비를 하는 거라며 이때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고위직의 진정성 없는 사과를 봐주면 안 된다는 취지였다.

남의 잘못에는 서슬퍼런 비판을 쏟아내던 조 후보자는 자신을 둘러싼 많은 의혹에 연일 사과를 하면서도 청문회까지 심기일전해 맞설 것임을 확실히 했다.

조 후보자의 ‘정치무대’였던 페이스북은 청문회를 앞둔 지금 현재도 우회적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항변하는 창구로 이용되고 있다.



자녀 고스펙 문제가 제기된 후 잠시 SNS 활동을 중단했던 조 후보자는 오늘 하루에만도 팩트브리핑이라는 주제의 부정입학 의혹이 거짓이란 게시물 등 10건 이상의 관련 링크를 올렸다. 대부분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긍정적으로 말하는 뉴스 등을 퍼나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26일 한 매체는 조 후보자의 페이스북에 오직 지지와 성원의 글이 넘쳐나고 있어 포털사이트의 댓글 분위기와는 전혀 다르다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조 후보자의 행보에 대해 포털사이트와 페이스북 간의 간극이 큰 걸까.

일부 보도에서처럼 조 후보자 딸의 논문 및 입시 특혜 의혹 등은 모두 가짜뉴스기 때문에, 또는 진실된 사과로 인해 마음이 누그러진 국민들이 그를 지지하는 양상으로 바뀐 것일까.



조 후보자의 페이스북을 보면 바로 답이 나온다. 조 후보자의 페이스북에는 일반인이 댓글을 달거나 비난을 하고 싶어도 남길 수가 없다. 페이스북 자체가 게시물의 공개 대상을 전체공개, 친구 공개, 특정 친구 공개, 나만 보기 등으로 구분지을 수 있으며 조 후보자의 페이스북 또한 친구가 아닌 이상 댓글 쓰기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네티즌들은 "철저히 기존 지인이나 같은 진영사람들 위주로 친구가 맺어져 있어서 악플달고 싶어도 달수가 없다", "친구들만 댓글을 다는데 당연한 것 아닌가. 비판을 할 수가 없지", "민심을 알고 싶다면 댓글 범위를 전체공개로 열어라", "페친만 댓글 쓸 수 있게 조 후보자가 막아놨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듣고싶은 말만 듣겠다고 결정한다면 그렇게 설정할 수 있는 것. 그게 SNS 주인장이 가진 권한이다.

"원칙과 상식이 지켜지는 나라, 정의가 살아있는 사회를 위해 조국 후보자의 사퇴를 강력하게 촉구한다"는 서울대 후배들의 촛불집회, "가짜뉴스 만드는 기레기들에 휘둘리지말고 끝까지 힘내라. 응원한다"는 페친들의 댓글. 조 후보자를 바라보는 진정한 민심은 어느 지점에 위치하고 있는 것일까.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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