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내리쬐는 뜨거운 어느 주말. 올림픽공원 SK핸드볼경기장에서 만난 임오경은 기운 넘치는 말투에 호탕한 웃음으로 인사를 건넸다. 무더위를 한 번에 날리는 시원한 에너지와 넘치는 기개가 30여 년을 넘긴 그의 핸드볼 인생을 대변하는 듯했다.
편안한 복장으로 갈아입고, 핸드볼 코트 위에 오르자 임오경의 얼굴은 한층 편안해졌다. 가뿐한 발걸음으로 뛰어오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감동이 눈앞에서 다시금 재현되는 기분이었다.
1988년 고등학교 2학년 때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쥐고,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감독 겸 선수로 14년을 활동하며 또 하나의 전환점을 맞았던 임오경.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모티프가 된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은메달을 품에 안고, 2008년부터는 서울시청 핸드볼팀 사령탑에 올라 한국 최초의 여성 핸드볼팀 지도자가 됐다. 그야말로 '핸드볼 인생'. 그 안에서 치열하게 새로운 도전과 부딪혀온 그는 여전히 '전진'하고 있었다.
근황을 묻자 임오경은 "스포츠계 핸드볼 아카데미 사업은 물론, 삶의 극복에 대한 내용을 토대로 한 리더십 강연 등을 했다. 또 시간을 내 방송도 한 번씩 나갔다"라며 밝게 웃었다. 이어 "어릴 때는 핸드볼 선수라 다른 종목은 쳐다볼 시간이 없었는데 지금은 체육계 일을 하면서 전 종목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다른 스포츠에 관심이 많아졌다. 보디빌딩 심사위원으로도 가보고, 골프 라운딩도 나가보고, 농구나 풋살 등 다양한 스포츠를 해보고 있다"라고 말했다.
임오경은 "현역 때는 직업이 선수였고, 감독이었으니까 오롯이 핸드볼에만 집중했다면 이제는 일반 국민으로서 내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에 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 내 장점이 스포츠를 잘하는 것이란 걸 알기 때문에 몸 관리를 열심히 하고 있다"면서 "스포츠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보는 즐거움에 대해서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선수로 지내던 시절에 비해 한층 스포츠 분야에 대한 시야가 넓어졌다는 그는 "예전에는 내 몸이 근육질인 게 싫었다. 그런데 2년 전부터 마인드가 바꼈다"며 "피트니스 대회 심사를 하러 갔는데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람들을 보면서 스포츠를 한 것에 자부심을 갖게 됐다. 핸드볼 외에는 잘 즐겨보지 않았는데 요즘은 스포츠의 여러 분야가 재밌다. 보는 것을 통해 희로애락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스포츠가 감동을 준다고 하는 것 같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임오경은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스포츠로의 발전을 강조했다. 그는 "과거에는 핸드볼로 메달을 따 국위선양하면 국민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받는 것이라고 간단하게 생각했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과 함께 할 수 있고, 보여줄 수 있는 스포츠를 해야 한다고 본다. 비인기 종목이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해서는 안 된다. 어느 곳에서든 볼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홍보사업도 많이 하고, 자유로운 분위기를 전파해야 한다"라고 소신을 밝혔다.
실제로 임오경은 스포츠의 대중화를 위해 몸소 앞장서고 있었다. 올림픽 메달리스트를 포함한 레전드 선수들이 강사로 참여하고 있는 '핸드볼 학교'를 5년째 맡고 있는 것. 그는 "일반 사람들을 대상으로 만들어서 직접 가르치고 있다"며 "유치부, 초등부, 성인부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두 참여가 가능하다. 성인도 배우는 분들만 60명 정도 있다"고 설명했다.
감독으로서의 임오경이 카리스마와 강렬함을 대표한다면, '핸드볼 학교'에서의 임오경은 부드러움과 따뜻함을 지녔다. 자신을 "핸드볼계 대모"라 칭한 임오경은 "아이들을 낳고, 병아리로 만들어서 닭으로 키워나가는 걸 보면 기분이 좋다. 엘리트를 대상으로 하는 전문 스포츠는 직업인만큼 스파르타가 접목된다. 그러나 아마추어들과는 웃으면서 즐겁게 즐길 수 있다는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이런 스포츠를 레전드 멤버들과 다 함께 즐길 수 있다는 게 '핸드볼 학교'의 장점"이라고 자부했다.
엘리트와 생활 스포츠의 영역을 넘어 스포츠라는 다양성을 바탕으로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되는 것. '최초의 민간 올림픽'이라는 콘셉트 하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스포츠 축제 문화를 만들고자 하는 키스포츠페스티벌의 개최 목적과도 부합하는 부분이었다. 임오경은 이런 스포츠 문화를 형성하는 데 발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키스포츠페스티벌의 개최를 반겼고, 응원하는 마음이었다.
그는 "키스포츠페스티벌과 같은 행사에 관심을 갖게 되면 스포츠가 더 보편화되지 않을까 싶다. 이제는 스포츠가 우물 안의 개구리가 아닌, 모두에게 전파되고 근거리에서 접할 수 있는 분야가 되어야 한다"면서 "그렇기에 페스티벌이 지역별로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 엘리트 출신들도 이벤트로 적극 참여해서 격려해야 한다. 국민들이 알아보는 메달리스트들일수록 더더욱 참여율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찾아가는 스포츠'를 강조했다. 임오경은 "동네에서 편하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지고, 이를 통해 관심이 생기고, 업그레이드하고 싶으면 더 단계를 높여 도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가능성을 발견할 수도 있는 거다. 이건 승부에 연연하라는 게 아니라 도전하자는 것"이라며 "키스포츠페스티벌을 통해 이런 홍보가 잘 됐으면 한다. 다양한 스포츠를 알게 되면서 내가 몰랐던 상대의 종목도 소중하다는 걸 깨달을 수 있다"고 생각을 털어놨다.
이어 "전문 체육을 했던 사람들이 앞장서서 먼저 생활 체육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불러줄 때 가는 게 아니라 먼저 찾아가야 하는 것"이라고 소신을 밝혔다. 임오경은 "우리도 운동을 하기 전에는 국민의 한 사람이지 않냐. 엘리트 체육인과 일반 체육인의 거리를 좁혀나가는 게 당연하다. 엘리트 체육인은 가지고 있는 좋은 운동의 에너지를 생활 체육 분야로 전파해주는 게 맞다. 서로 윈윈이 되어야 한다"라고 했다.
"모든 사람들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중간 역할을 잘 하고 싶어요. 꿈나무들이 엘리트 체육인으로 성장하게끔 재능을 전파하고, 동시에 일반 체육인들이 스포츠를 가까운 곳에서 즐길 수 있도록 최대한의 힘을 보태는 거죠. 국민들이 스포츠와 더욱 밀접해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실행하면, 전문 체육인들은 이런 국민들의 활발한 응원을 얻고 더 잘할 수 있는 거예요."
키스포츠페스티벌은 오는 9월 28, 29일 양일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개최된다. 한경닷컴과 키스포츠페스티벌 조직위원회가 공동 주최하고, 키스포츠페스티벌 조직위원회와 주식회사 고마오가 공동 주관한다.
미식축구, 크로스핏, 폴 댄스, 팔씨름 등 8개의 스포츠 경기에 1700여 명의 선수들이 참가하며, 스포츠 경기 외에도 엑스포, 컨퍼런스, 부대행사 등이 마련돼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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