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뎌진 정의당 데스노트 … 조국 의혹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입력 2019-08-27 16:10   수정 2019-08-27 17:50



정의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적격 여부 결정을 미뤘다.

정의당은 당초 26일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준비단의 해명을 듣고 이른바 ‘데스노트’ 명단에 올릴지 말지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어느 쪽에도 무게를 싣지 못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날 국회를 찾은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만난 후 입장글을 통해 "정의당은 조 후보자가 훌륭한 사법 개혁관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의심하지 않는다"면서도 "국민이 열망하는 사법개혁은 결국 기득권의 특권과 반칙을 바로잡는 일이며 보통 시민들이 요구하는 공정과 정의를 바로세우는 일이다. 국민들은 최근 특권 엘리트층의 삶을 살아온 조 후보자가 스스로 특권층의 벽을 허물고 기득권층의 저항을 뚫어 사법개혁을 밀고 갈 수 있는지, 과연 그 적임자인지 의구심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대표는 "최근 조 후보자를 둘러싼 검증방향이 상당히 우려스럽다"면서 "의혹만 난무한 채 조 후보자를 진영논리 프레임에 가둬놓고 사생결단식 공방전만 가열되고 있다"며 "조 후보자를 낙마시켜 문재인 정부를 무너뜨리겠다는 광기어린 집착에 빠져있는 자유한국당식 접근은 매우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조국을 무조건 지켜야한다는 민주당식 접근도 지혜롭지 못하다"면서 "사법개혁의 적임자로서 조국 후보자를 검증하는 것이지, 조국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경고했다.

심 대표는 "정의당은 조 후보자가 이 시험대를 제대로 통과하는지 지켜볼 것"이라며 청문회까지 모두 지켜본 후 여론의 추이에 따르겠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표했다.

유상진 정의당 대변인은 “조 후보자를 찬성하든 반대하든 당원들은 떨어져 나가게 된다”며 “이번 사태가 정의당으로서는 악재”라고 말했다.

이어 “조 후보자 딸을 보고 계층 간 벽을 느낀 젊은 세대는 정의당이 조 후보자 임명에 반대해 그 허탈감을 깨주기를 바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조 후보자를 반대하면 문재인 정부의 개혁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는 당원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의당 입장에서 ‘조국 임명 반대’ 이후 조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다시 한번 데스노트 영향력을 인정받게 된다. 대신 문재인 정부의 개혁을 지지하는 지지층의 이탈을 감당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게 된다.


반대로 ‘조국 임명 찬성’을 택하고 실제 조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된다면 민주당 2중대라는 멍에를 떨치기 어렵다.

최악의 경우 ‘조국 임명 찬성’에도 조 후보자가 낙마한다면 명분과 실리를 다 잃는 결과를 맞게 된다.

어찌보면 실리적이지만 상대적으로 기회주의로 비춰질 수 있는 이번 정의당의 결정에 일부 네티즌들은 "정의당이 이런 문제로 장고하는 것은 기득권층이기 때문이다. 입으로는 노동자 외치지만 실상 국회의원들은 엄청난 특권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계산기 두드리면서 평생 들러리당이나 해라", "기회주의자들, 정의와는 무관한 듯", "눈치보고 있다가 유리한 쪽에 발 담그려고 수작" 등 혹평을 쏟아냈다.

반면 심 대표의 SNS에는 "이도저도 아닌 기계적 중림을 지키다 또 한국당에게 기회를 줘선 안된다", "우선 청문회 열고 불법이나 잘못된 게 있다면 그때 조치해도 된다", "조국의 강남 좌파 이미지를 벗겨내고 치열한 성찰을 통해 정치가로 거듭나게 만드는데 정의당이 일조한다면 다음 총선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등의 응원도 이어졌다.

앞서 조 후보자를 부끄러운 동문 1위로 꼽았던 서울대 게시판인 스누라이프에는 정의당의 최근 행태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한 사용자는 "앞으로 정의당이라고 하지말고 심상정의 당이라고 해라. 어디가 정의롭다는 것인지"라고 말했으며 또 다른 사용자는 "정의니 뭐니 외치던 슬로건은 모두 표를 얻어 권력을 쟁취하기 위한 도구일 뿐 누구도 대의를 생각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 때 지지하는 정치인 있냐고 물어보면 심상정, 노회찬이라고 말하던 때가 있었는데 조 후보자에 대한 입장 들으니 뒤통수가 얼얼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정의당 데스노트'는 현 정권 들어 정의당이 부적격 판정을 내린 고위 공직자 후보들이 줄줄이 낙마하면서 이름 붙여졌다.

이미나 한경닷컴 기자 helper@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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