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LS에 수억 묶인 은퇴 생활자들…조기 상환 안돼 '전전긍긍'

입력 2019-08-27 17:18   수정 2019-08-28 01:03

글로벌 증시가 불안한 흐름을 보이면서 통상 6개월마다 한 번 돌아오는 조기상환 기회 때 가입 당시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상환이 뒤로 밀리는 주가연계증권(ELS)·파생결합증권(DLS)이 크게 늘었다. 이로 인해 수억원의 은퇴자금을 ELS나 DLS에 넣어둔 은퇴 생활자들이 자금 운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27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글로벌 증시가 상승세를 탔던 지난 1분기 월평균 6조1049억원에 달하던 ELS 상환금액은 이달 들어 23일까지 3조8330억원으로 37.2% 감소했다. DLS 상환금액도 1조9576억원에서 1조3503억원으로 31.0% 줄었다.

상환금액이 이처럼 감소한 것은 미·중 무역전쟁 재점화, 미국 장·단기 국채금리 역전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 등으로 글로벌 자산시장의 변동성이 하반기 들어 급격히 커졌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년6개월 전인 2018년 2월 15일 기초자산 중 홍콩H지수가 포함된 ELS에 가입한 투자자라면 가입 후 지금까지 총 세 번 찾아온 상환기회 때마다 상환에 실패하고 아직까지 자금이 ELS에 묶여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일선 프라이빗뱅커(PB)들의 설명이다.

상당수 ELS는 첫 세 번의 상환기회 때 기초자산이 모두 설정 당시 가격 대비 90%(1, 2회차) 및 85%(3회차) 위로 올라와 있어야 한다. 2018년 2월 15일 홍콩H지수가 12,535.51(마감지수)이었기 때문에 그해 8월 15일과 올해 2월 15일엔 각각 11,281.95, 지난 8월 15일엔 10,910.18 위에 있어야 했는데, 세 번 모두 홍콩H지수가 상환기준 밑에 있었다.

한 증권사 강남 WM센터장은 “일반적인 ELS에 비해 조기상환 가능성이 더 높은 구조로 설계된 ELS에 수억원의 은퇴자금을 넣은 고객 중 일부가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겨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조기상환이 몇 차례 밀린 뒤 한꺼번에 수익이 났을 경우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돼 건강보험료가 늘어날 것을 걱정하는 고객도 많다”고 말했다.

2016년 초 홍콩H지수 급락으로 손실가능구간(녹인 배리어)에 진입했던 약 5조원 규모의 ELS가 2017년 말부터 2018년 초에 걸쳐 잇따라 상환되면서 2018년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전년 대비 42.1% 급증한 적이 있었다.

황재규 신한은행 세무사는 “장기간 상환이 밀리는 ELS가 크게 불어나 올해 또는 내년에 2018년처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가 급증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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