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고민도 적지 않았다. 요소수도 연료처럼 돈을 주고 구입해야 하는 만큼 소비자 부담이 있는 데다 얼마나 자주 넣도록 해야 할지도 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차 크기나 성격에 따라 연료 탱크 용량이 다른 것처럼 요소수 탱크도 용량이 중요하다. 이때 가장 먼저 새로운 배출가스 정화 장치를 도입하려는 독일 완성차 기업들이 ‘크기’의 표준을 정하자며 머리를 맞댔다.
하지만 걸림돌이 발견됐다. 요소수는 배출가스를 줄여주는 촉매제라는 점에서 모든 차에 동일한 규격을 정하기 어렵다는 사실이었다. 한마디로 차의 크기와 배기량, 운행 패턴 등이 모두 고려돼야 적정 용량이 결정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기업의 이익 관점에서 요소수 사용은 최소화해야 했다. 그래야 부품 설계 변경을 줄이고 탱크 무게 부담을 억제하며, 소비자들의 요소수 구입비를 절감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할지 고민하던 기업들은 요소수가 떨어지면 경고해주되 탱크 용량은 엔진오일 교환 시점에 맞춰 보충할 수 있는 수준을 합의했다. 이를 위해 선택한 크기 결정 조건은 ‘최소 기준 충족’과 ‘분사량 억제’다. 물론 이 가운데 문제가 된 항목은 ‘분사량 억제’다. 분사량을 줄이면 그만큼 정화 능력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슈피겔이 요소수 탱크 용량을 축소하기 위해 일부러 분사를 억제한 것을 ‘담합’이라고 규정한 것도, 독일 연방 자동차청(KBA)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도 결국 ‘분사 억제’에서 비롯됐다.
하지만 반발도 작지 않았다. 일부 제조사는 주행 중 시험을 통해 분사량이 줄어도 배출가스가 정상적인 기준 내에서 검출된다는 점을 들어 ‘조작’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 연료를 태운 이후 이뤄지는 배기가스 정화 단계가 여럿인 만큼 각각의 기술적 요소를 반영해 탱크 용량을 결정했고, 최소 분사량으로도 기준을 맞춘 것은 ‘기술력’이라고 항변했다.
이런 가운데 독일 폭스바겐그룹이 가장 먼저 KBA에 담합을 시인하고 관련 내용에 대해 완성차 기업들이 꾸준히 협의했음을 인정했다. 이미 디젤 게이트를 겪었기 때문에 요소수 분사량 억제에 대해 오해의 가능성을 인정하고 자발적으로 분사량 제어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했다. 이 과정에서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도 환경부에 즉각적으로 해당 내용을 알렸다. 이미 배출가스 소프트웨어 조작으로 처벌받은 까닭에 선제적인 조치에 나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환경부는 아우디폭스바겐의 분사량 억제 소프트웨어가 담긴 차종을 ‘적발’했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관련 내용을 빠지지 않고 환경부에 알렸던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적발’이라는 표현에 아쉬움을 표시했다. 정해진 절차에 따라 환경부에 모든 사안을 보고했음에도 마치 무언가를 감추려다 발견된 것처럼 인식된다는 차원에서다.
하지만 환경부도 고집을 굽히지 않았다. 해당 소프트웨어 적용 자체가 대기환경보전법이 정한 배출가스 ‘임의조작’ 즉, 불법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불법’ 여부의 다툼이 아니라 질소산화물 감소를 위해 필요한 분사량 조절 소프트웨어를 신속히 업데이트하는 일이다. ‘불법’ 여부는 법원이 판단할 문제지만 그때까지 기다리는 게 환경을 위한 것은 아니니 말이다.
권용주 국민대 자동차운송디자인학과 겸임교수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