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의 하트, 하이마트로 가요"…시원한 분위기로 家電 홍보

입력 2019-08-28 16:49   수정 2019-08-28 17:38


요란스럽게 제품 자랑을 하는 메시지, 차분하게 제품을 비교해 보라고 권유하는 메시지. 둘 중 어느 게 광고 효과가 높을까? 제품의 종류나 상황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여러 연구에서는 차분하게 권유하는 메시지가 광고 효과가 더 높다고 알려져 있다. 롯데하이마트 에어컨 광고 ‘무더위’ 편에 주목할 만한 이유는 ‘권유의 정석’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권유의 정석을 뒷받침하는 근거는 원고지를 소품으로 활용한 비주얼은 물론 환유법과 각운법을 동시에 구사한 카피 솜씨다. 광고가 시작되면 200자 원고지가 비주얼로 등장한다. ‘디지털 시대에 원고지를 본 적도 없는 사람도 있을 텐데 이런 아날로그적인 소품을 쓰다니’ 이런 생각을 하는 순간 원고지에 다음과 같은 카피가 써지고 있으니 더 주목할 수밖에 없다. “올여름도 많이 덥대요. 그래도 미리 걱정하지 마세요. 무더위에 지지 마세요.”

카피가 끝나는 순간 잠시 쉬어가는 장치로 손가락 끝에서 나비 한 마리가 사뿐히 날아간다. 에어컨 바람이 나오는 쪽으로. 곧이어 카피가 계속 이어진다. “~라는 말 대신 시원함을 한 곳에 모았어요. 다양하게 비교해보세요. 여름날의 하트-하이마트로 가요.” 앞부분에 있던 무더위에 지지 말라는 말 대신에 시원함을 주는 에어컨을 한 곳에 모았다는 뜻이다.

파란 하늘과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바람을 맞는 광고 모델 소이현의 모습에서는 자연 바람 같은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원고지 소품은 요란스럽게 제품 자랑을 하지 않고 차분히 권고하는 보증서로 활용된다. 그냥 내레이션만 나왔더라면 귓가를 스치며 지나쳤을 수도 있는 카피가 원고지에 또박또박 새겨지자 ‘눈으로도 듣는’ 메시지가 됐다. 광고가 아니라 한 편의 영화 같은 느낌을 줬다.

하이마트를 줄여 ‘하트’로 표기한 ‘여름날의 하트’라는 카피는 놀라운 솜씨다. 비유의 수사법 중에서 환유법을 활용했다. 환유법(metonymy)이란 어떤 사물의 속성이나 개념을 그것과 연관되는 다른 속성에 의해 연상하거나 유추하게 해서 그 사물의 속성이나 개념을 이해하도록 하는 수사법이다. 예를 들어 “펜은 칼보다 강하다”라는 문장에서 펜은 ‘글’이나 ‘작가’를, 칼은 ‘무력’이나 ‘군인’을 의미하는데, 이 광고에서는 하이마트에서 ‘하’와 ‘트’를 따와 ‘하트’로 표현했다. 환유법이 은유법처럼 ‘A=B’라는 형식을 제시하지는 않지만 단어의 상징 때문에 원관념(A)의 의미를 알 수 있도록 인접성을 유발한다는 점에서 하이마트는 사랑(하트)을 의미하게 됐다. 환유법을 활용함으로써 하이마트가 제공하는 추상적인 소비자 혜택을 구체적인 사랑으로 느끼게 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또한 소리의 수사법 중에서 각운법을 능란하게 구사했다. 각운법(rhyme)이란 두 단어 이상에서 마지막 음절이나 낱말이 반복되며 청각을 자극하는 수사법이다. “여름날의 하트- 하이마트”처럼, 마지막 음절이 비슷한 발음으로 끝나면 반복 효과가 배가되며 소비자에게 더 큰 반향을 남기게 된다. 이 광고에서는 각운법을 잘 활용해서 권유의 정석에 한 발 더 다가갔다.

원고지를 비주얼 소품으로 활용하고 환유법과 각운법을 동시에 구사한 카피 솜씨로 인해 하이마트 광고는 시청자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을 수 있었다. 봄철에 나왔던 하이마트 광고에서는 미세먼지 걱정 없는 깨끗한 봄을 만들겠다며 ‘봄날의 하트’를 강조했는데, 이번 광고에서는 여름날의 하트를 부각시켰다. 앞으로 계절의 특성을 반영해 가을날의 하트와 겨울날의 하트 캠페인이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캠페인이 어떻게 전개되든 하이마트 제품을 통해 만나는 사랑스런 일상이 등장할 것이다.

김병희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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