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증권은 갈수록 과격해지고 있는 홍콩 시위가 1989년 톈안먼 사태와 같은 유혈 진압으로 이어질 경우 제2의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28일 지적했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톈안먼 사태 당일에만 홍콩 증시가 21% 급락했고,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고공행진했던 중국 경제도 1989년과 1990년엔 각각 4.9%와 3.9%로 추락했다”며 “이번 홍콩 시위도 인근 도시인 선전에 인민해방군이 배치되고 시위가 과격화되고 있어 블랙 스완이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 경제의 관문 역할을 해온 홍콩이 닫힌다면 중국 경제의 경착륙이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이 팀장은 “중국 수출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12.2%(2018년 기준)로 적지 않은 데다 홍콩을 통해 유입된 외국인 직접투자(FDI) 비중도 전체의 65%(899억달러)에 달한다”며 “홍콩이 막히게 되면 수출 감소와 외국인 직접투자 위축 등으로 중국은 위안화 가치 급락을 노린 글로벌 핫머니의 공격에 직면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홍콩 시위가 유혈 진압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사태가 장기화되더라도 파급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김영환 KB증권 연구원은 “톈안먼 사태는 수도 베이징에서 일어난 반정부 시위여서 공산당 체제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작용했지만 홍콩 시위는 자치권과 관련된 것이어서 중국의 군사 개입 가능성은 낮다”며 “시위가 장기화되면 홍콩 내 경기가 둔화될 수는 있겠지만,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8년에 3%까지 낮아진 점을 감안하면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연구원도 “무역협상과 연계한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어 중국이 과격한 조치에 나설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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