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가 28일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전략 및 혁신대책’을 내놨다. 향후 3년간 5조원 집중 투자, 소재·부품·장비 기술특별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이 담겼다. 전체적으론 공공연구소와 대학, 기업이 한데 모여 ‘자력갱생’을 도모하자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문제는 접근 방식이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품목 100여 개에 대한 기술 수준과 수입 다변화 가능성을 분석해 유형을 네 가지로 나눴다. 기술 수준과 수입 다변화 가능성이 모두 높은 1유형은 ‘글로벌화’를 목표로 개발하겠다고 했다. 기술 수준이 낮고 수입 다변화 가능성이 높은 2유형은 ‘기술 성숙도’를 높이고, 기술 수준과 수입 다변화 가능성이 모두 낮은 3유형은 ‘지속적 투자로 새로운 공급망’을 창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기술 수준이 높고 수입 다변화 가능성이 낮은 4유형은 구매조건부 R&D 등 ‘상생형 R&D’로 핵심기술을 확보하겠다고 했다.
지난 27일 열린 사전브리핑에서 이 같은 내용이 발표되자 ‘무역의 기본원리인 비교우위를 완전히 무시한 발상’ ‘근본적 대응책이 없다’ 등 혹평이 쏟아졌다. 이번 대책을 총괄한 김성수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은 “가능한 부분을 골라서 하겠다”고 해명에 나섰다.
핵심품목 기술 개발 역량을 총집결해 N랩·N패실리티 등을 신설하겠다는 방안을 두고는 ‘기존 연구소 재탕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선 “그동안 NRL(국가지정연구실) 사업을 통해 상당한 성과를 냈다”고 반박했다.
김 본부장은 “감정적으로 표현해 죄송하다”면서도 “(소재·부품 국산화는) 과학기술인의 자존심이 걸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번이야말로 과학기술이, 과학기술인들이… 결과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할 땐 북받친 듯 목이 메어 한동안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김 본부장은 소재 분야 핵심기술인 화학 전공으로 30년 가까이 공공연구소(한국화학연구원)에 몸담았다. 그로선 이번 일본 사태로 비장한 결기를 세울 만하다. 핵심소재 국산화는 ‘원천기술’ 확보를 위해 반드시 가야 할 방향이다. 그러나 ‘선택과 집중’이라는 대원칙이 없다면 이번 대책은 또 다른 ‘R&D 예산 나눠먹기 연구소’ 신설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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