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구제역이 전국 축산 농가를 덮치면서 소 16만 마리가 매몰 처분됐다. 당시 이화여대에서 컴퓨터공학 박사과정을 공부하던 김희진 대표는 ‘가축의 질병을 예측해 막는 시스템이 있으면 좋을 텐데’라는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 마침 가축 질병 예찰 시스템 관련 정부 과제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축산업에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김 대표는 내친김에 2012년 축산 헬스케어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유라이크코리아를 창업했고, 본격적인 개발에 뛰어들었다. 2015년 세계 최초의 캡슐식 가축 생체정보 기기 및 서비스를 선보인 배경이다. 이 회사가 수집한 구제역, 케토시스 등 가축 질병 관련 빅데이터가 최근 5억 개를 돌파했다.
주먹구구식 소 사육의 현대화
김 대표가 개발한 ‘라이브케어’는 길이 110㎜, 지름 25㎜의 경구 투여형 바이오 캡슐로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했다. 소가 라이브케어를 삼키면 첫 번째 위장인 반추위에 안착해 체온을 비롯한 활동 척도, 영양섭취 등 생체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할 수 있다. 목장주는 라이브케어에 탑재된 통신망을 통해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으로 소의 상태를 실시간 모니터링한다. IoT 기기 전용 저전력 장거리 통신망인 로라망을 활용해 별도 장치가 필요 없다.
라이브케어가 소 배 속에 들어가면 최대 10년간 유지된다. 김 대표는 “구제역을 비롯한 식체, 괴저성 유방염, 폐렴 등 다양한 질병의 예방 및 조기 치료가 가능하다”며 “발정기와 출산 시기까지 정확하게 예측한다”고 설명했다. 이상 여부가 발견되면 365일 운영하는 모니터링센터에서 농장주에게 즉시 연락한다. 국내 농가 500여 곳의 소 2만마리가 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농장주들 만족도는 매우 높다.
축산 빅데이터로 해외 시장도 ‘노크’
세상에 없던 혁신적인 제품인 만큼 시행착오를 겪었다. 축산학과를 나온 김 대표의 부친까지 ‘불가능할 것’이라며 말렸다. 소는 반추동물이라 되새김질할 때 캡슐이 입으로 다시 나오지 않게 하고, 위에서 잘 자리잡도록 하는 것도 중요했다. 창업 초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마케팅 사업을 통해 자금을 마련한 뒤 연구에 쏟아부었다. 개발에만 3년 가까이 걸렸다. 김 대표는 “구글도 갖지 못한 축산 빅데이터가 우리만의 경쟁력”이라며 “혁신적인 사업인 만큼 젊은 인력들이 합류해 엔지니어가 전체 직원의 절반”이라고 설명했다.
축산업이 발달한 일본과 미국, 브라질, 호주 등 해외에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얼마 전 소프트뱅크와 호주 총판 계약을 맺었다. 올해 축우 10만 마리를 시작으로 향후 3년간 50만 마리에 캡슐을 공급한다. 남미 시장을 겨냥해 미국에 법인을 설립했으며 유럽 공략을 위해 덴마크에 현지법인을 세울 예정이다.
김 대표는 “소에 과도하게 투여하던 백신과 항생제 사용을 줄여 인류 건강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글로벌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조원 이상 벤처)으로 크고 싶다”고 말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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