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9.3% 증가한 513조5000억원으로 짰다. 경기침체 여파로 내년 국세수입이 올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내년 경상성장률 전망치(3.0%)의 3배가 넘는 ‘초(超)슈퍼 예산’을 설계했다. 이로 인해 내년 ‘나라 빚’이 크게 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는 37.1%에서 39.8%로 뛸 전망이다.
정부는 29일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이런 내용을 담은 ‘2020년도 예산안’과 ‘2019~2023년 국가재정운용계획’을 확정했다. 국회는 정부가 만든 예산안을 12월초까지 심의·의결한다.
정부는 미·중 무역분쟁과 일본의 경제보복 등에 따른 경기 둔화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복지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적극적인 재정정책을 펼치기로 했다. 올해(9.7%)와 내년 재정지출 증가율은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8.5%, 2009년 10.6% 이후 10여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는 예산 편성의 방점을 혁신성장과 경제활력에 뒀다. 전체 12개 분야중 △산업·중소기업·에너지(증가율 27.5%) △연구개발(17.3%) △사회간접자본(12.9%) 등 ‘경제 예산‘ 증가율을 일제히 두자릿수로 높여잡았다. 이들 3개 부문 예산은 올해 59조1000억원에서 내년 70조3000억원으로 19.0% 확대된다. 소재·부품·장비산업 자립화를 위해 특별회계를 신설하고 매년 2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보건·복지·노동 분야도 161조원에서 181조6000억원으로 20조6000억원(12.8%) 늘어난다. 총예산에서 복지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역대 최고인 35.3%에 달한다. 국민연금 급여지출이 4조원 증가하는 등 고령화에 따른 의무지출이 확대된데다 노인 아동 장애인 여성 등에 대한 복지 지출을 늘린 여파다.
내년 국세수입 규모는 292조원으로 올해보다 2조8000억원(0.9%)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반도체 업황 둔화 등으로 법인세가 올해보다 18.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 탓이다. 내년 국세 수입이 줄어들면 2013년 이후 7년만에 첫 감소다. 내년 국세를 포함한 총수입은 총지출보다 31조5000억원 적은 482조원이다. 정부는 적자국채 등을 발행해 부족분을 메울 계획이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추락하고 있는) 경제를 성장경로로 복귀시키기 위해선 단기적으로 재정수지가 악화되더라도 확장재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상헌/성수영 기자 ohyea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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