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연일의 원자재포커스] 인공보석 뜨면서 다이아몬드 시장은 '울상'

입력 2019-08-29 11:35   수정 2019-08-29 15:55


글로벌 다이아몬드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거래업체인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 원석 판매량은 절반 가까이 떨어졌다. 세계 경기가 불안한 상황에서 소비자들이 인공 다이아몬드와 같이 저렴한 대체재로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29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드비어스는 “지난주 남아프리카 보츠와나에서 열린 경매에서 다이아몬드 원석 판매가 지난해 대비 44%만큼 감소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시기 진행된 경매에서 5억300만달러(약 6105억원) 어치를 팔았지만, 올해는 판매액이 2억8000만달러에 그친 사실을 전했다.

드비어스는 실적도 크게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드비어스의 다이아몬드 판매를 통한 매출은 올해 현재까지 전년 동기(39억달러) 대비 26%가량 하락한 29억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드비어스는 올해 다이아몬드 원석 생산량을 전년 대비 10% 넘게 줄일 방침이다.

FT는 “미·중 무역분쟁과 같은 거시 경제 불확실성이 다이아몬드 판매 감소세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다이아몬드 소비량 1, 2위를 달리는 두 국가의 경제가 불안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소비자들이 주머니를 닫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다른 다이아몬드 회사들도 대부분 상황이 좋지 않다. 러시아 국영 다이아몬드 채굴사인 알로사는 지난 7월 다이아몬드 판매가 51%가량 줄었다고 전했다. 세계 최대 다이아몬드 소매업체 시그넷 쥬얼러스의 주가는 올 들어 60% 넘는 폭락세를 겪었다. 미국 명품 보석 업체 티파니도 올해 매출이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다이아몬드 판매량 감소세가 보다 구조적인 문제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요근래 인공 다이아몬드가 귀금속 시장에서 훌륭한 대체재로 각광을 받으면서 천연 다이아몬드를 찾는 소비자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컨설팅 업체 베인앤드컴퍼니에 따르면 지난해 인공 다이아몬드의 글로벌 생산량은 전년 대비 20% 증가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 덕분에 최근 인공 다이아몬드의 캐럿당 생산가가 크게 줄어들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베인앤드컴퍼니는 “같은 품질의 1캐럿 다이아몬드를 구매했을 때 천연 다이아몬드의 경우 4000달러이지만 인공 다이아몬드는 300~500달러 수준에서 구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오는 2023년에는 인공 다이아몬드를 포함한 인공 보석이 전체 귀금속 시장의 5%를 점유하게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여러 유명 인사가 인공 다이아몬드 업계에 관심을 표명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미국 영화배우인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는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본사를 둔 인공 다이아몬드 생산업체 ‘다이아몬드 파운드리’에 투자하고 있다. 영국 해리 왕자와 결혼한 할리우드 배우 메건 마클 왕자비는 올해 초 인공 다이아몬드 귀걸이를 착용하고 등장해 화제가 됐다.


정연일 기자 ne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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