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이 2주일 인턴을 하고 의학논문 제1저자가 될 수 있는가?”(질문) “논문에 대한 모든 것은 책임교수의 권한이다.”(답변)
“서울대 환경대학원에서 3학점만 듣고 2학기 연속 전액 장학금을 수령한 뒤 의학전문대학원으로 간 것은 ‘먹튀’ 아닌가?”(질문) “학교 측에 장학금 반납 절차를 물어보니 반납 의무가 없다고 했다.”(답변)
“의전원에서 두 차례 유급을 한 학생이 6학기 연속 장학금을 받은 것은 특혜 아닌가?”(질문) “제자에 대한 책임감이 강한 지도교수의 지도방법을 악의적으로 왜곡한 주장이다.”(답변)
법무부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작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청문회 문건의 일부 내용이다. 55쪽에 달하는 이 청문회 대응 문건이 더불어민주당 법제사법위원회 의원들에게 전달돼 논란이 일고 있다. 인사청문회법상 ‘최소한의 행정적 지원’만 가능한 법무부 인사청문회 준비단이 엘리트 검사들을 동원해 과도한 대응을 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보고서는 조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과 이에 대한 대응 전략을 Q&A 방식으로 정리했다. 그동안 공개되지 않은 조 후보자 딸의 자기소개서, 생활기록부, 장학금 액수와 웅동학원 공사비, 아들의 병역면제 판정 절차와 일자 등 조 후보자가 아니면 알 수 없는 자료들도 포함돼 있다.
나경원 자녀 부정입학 등 ‘역공’ 소재도 제시
이 보고서를 보면 조 후보자 딸에 대해 “한 번도 시험을 봐서 진학한 적이 없다?”는 제목의 글에서 “수시로 입학한 학생은 모두 특혜 입학이고, 비난받을 대상으로 만드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21일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조 후보자 딸의 고등학교·대학교·의전원 입시가 시험 없이 이뤄졌다”며 “드라마 ‘스카이캐슬’에서나 꿈꾸던 ‘전 과정 수시입학 트리플 크라운’을 이뤘다”고 지적한 것에 대한 반박 논리다. 보고서는 “후보자의 딸에겐 특혜가 없었다. 면접고사는 시험이 아니라는 것은 구시대적 사고”라며 “수시와 정시의 차이를 특혜로 변질시키는 것은 모든 수시합격자를 특혜대상자로 모욕하는 것”이라고 적었다.
단국대에서 2주간 인턴한 것에 불과한데 의학 논문 제1저자가 된 것에 대해선 “열심히 했고, 부끄럽지 않다고 함. 그것은 지도교수와 학생의 일이며 책임교수의 권한임”이라고 해명했다. 특히 보고서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발표한 작년 6월 13일 자녀 부정입학 특혜의혹 관련 입장문을 첨부하며 청문회에서 조 후보자를 방어하고 역공격할 소재도 제공했다.
보고서엔 조 후보자 딸이 고려대 환경생태공학부에 낸 자기소개서도 첨부돼 있었다. 조 후보자 딸은 “고교 시절부터 전공분야에 대한 지식과 실습경험을 갖춘 지원자를 놓치는 것은 미래 국제무대에서 활약할 환경생태학자 또는 환경생태분야 국제기구 요원 한 명을 놓치는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고 적었다.
조 후보자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에 대해서는 “공무원들은 투자 자체를 아예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경제 발전을 위해 공무원들이 어느 회사에 투자한지도 모르고 투자할 수 있는 블라인드 펀드에 더 많이 투자하도록 권장해야 할 판”이라고 썼다. “민정수석 당시 인사 참사가 있었다?”는 글에선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각각 11명이 낙마한 사례를 언급했다. “법무부 장관으로서 능력 부족?”이라는 글엔 “김태우라는 범죄자의 일탈행동이 문제되자 특별감찰반 업무 규정도 만들었다”고 적었다. 검찰의 ‘환경부 블랙리스트’ 수사를 이끌어낸 청와대 내부고발자인 김태우 전 수사관을 ‘범죄자’로 지칭한 것이 눈길을 끈다.
역대급 청문회 준비단
법조계에선 통상 준비단이 장관 후보자를 위해 대응 문건을 작성하는 것은 정상이지만 이 자료가 인사청문회 전에 여당 의원실로 흘러들어간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 후보자가 궁지에 몰릴 경우 여당 의원이 어떻게 방어해야 하는지를 알려준 것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준비단 관계자는 그러나 이 자료에 대해 “모른다”고 답했다.
준비단의 규모 및 대응이 역대 준비단에 비해 과도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형법학 교수는 “국가기관은 공직 후보자에게 인사청문에 필요한 최소한의 행정적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인사청문회법을 어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10~20여 명의 검사를 동원하는 등 ‘역대급’ 준비단을 꾸린 것과 특정 정당(정의당)에 준비단장이 찾아가 설득하는 것도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법무부가 ‘최소한’이 아닌 ‘최대한’의 행정적 지원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무부 인사청문회 준비단장은 검사장급이 맡고 있으며, 대변인실과 검찰국 검사들이 대거 동원된 것으로 알려졌다. 수도권지역 한 검사는 “법무부가 검사들을 동원해 지청 단위 수준으로 준비단을 구성했다”며 “사실상 피의자인 조 후보자의 로펌 역할을 하면서 법무 행정과 민생을 도외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대규/남정민 기자 powerzanic@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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