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프가 매우 길어 힘들었던 것 같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메이저 대회와 비교해도 더 어려울 정도다.”
LPGA투어 통산 2승의 넬리 코르다(미국)가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한화클래식(총상금 14억원)에 출전한 뒤 내린 평가다. 코르다가 혀를 내두른 러프는 올해도 변함이 없다. 지난해 1오버파로 1라운드를 마쳤던 코르다는 올해도 첫날 이븐파로 고전했다.
대회장인 강원 춘천 제이드팰리스GC(파72·6758야드)는 ‘지옥 러프’로 악명이 높다. 다른 대회장 러프 길이가 평균 10㎝가량인 데 비해 이곳 러프는 20㎝ 안팎에 달한다. 페어웨이 폭도 거의 모든 홀이 20m일 정도로 좁다. “메이저 대회다운 경기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특별히 코스 관리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게 대회 관계자 설명이다.
여기에 천둥과 번개, 폭우 등 악천후까지 겹쳤다. 29일 열린 1라운드에선 두 자릿수 오버파가 속출했다. 지난 8월 제주삼다수마스터스에서 3위에 올랐던 윤서현(20)은 버디 1개에 보기 6개, 더블보기 4개를 범해 13오버파 85타를 쳤다. 국가대표 상비군 유망주 권서연(18)도 아마추어 초청선수로 나와 트리플보기 1개, 더블보기 2개, 보기 8개, 버디 1개로 14오버파 86타를 적어 냈다. 샷이 정확한 것으로 널리 알려진 선수가 ‘아마추어급’ 스코어 카드를 제출한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일본에서 뛰고 있는 베테랑 정재은(30)이 12오버파를 친 것을 비롯해 신미진(21)·신다빈(26) 11오버파, 위혜림(23) 10오버파 등 두 자릿수 오버파로 1라운드를 마친 선수가 적지 않았다.
리더보드 상단을 꿰찬 선수들의 스코어도 여느 대회보다 낮았다. 10번홀에서 출발한 박신영(25)이 7번홀까지 버디만 5개를 잡아 5언더파 단독 선두로 나섰다. 일몰로 경기가 중단돼 남은 두 홀은 둘째 날로 순연됐다. 이날 오전 악천후로 경기가 두 시간 넘게 중단된 탓이다. 세 홀을 남긴 루키 이가영(20)이 버디 5개와 보기 1개를 엮어 4언더파 단독 2위에 자리했다.
역시 루키인 박현경(19)은 3언더파 69타 공동 3위로 1라운드를 마쳤다. 그는 “소문대로 이번 대회장에선 러프가 힘들어 최대한 들어가지 않아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며 “비거리보다는 정확하게 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지난주 임희정(19)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을 제패한 것을 의식한 듯 “루키 우승을 위해 묵묵히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김효주(24)와 하민송(23)도 3언더파로 1라운드를 마쳐 박현경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박주영(29)과 이지후(26)는 각각 1개홀, 6개홀을 남긴 채 3언더파 공동 3위를 차지했다.
춘천=김병근 기자 bk1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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