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저걸 어떻게….”
도저히 넣을 것 같지 않은 ‘S라인’ 퍼팅을 홀컵 한가운데에 정확히 떨구는 프로들이 있죠. ‘원더보이’ 조던 스피스(미국)는 연습 스트로크도 하지 않고 거리와 공이 굴러갈 궤도만 상상하다가 어드레스를 한 뒤 그대로 퍼팅하는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퍼팅능력지수 2위에 올라 있습니다. 브랜트 스네데커(미국)는 대충 연습 스트로크를 한 뒤 공을 ‘톡’ 때리는데도 정확하게 공이 홀을 찾아가곤 합니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결과는 자웅을 가리기 힘들 정도죠. 라인을 잘 읽고, 원하는 방향으로 원하는 스피드로 공을 굴릴 수 있다는 얘깁니다.
퍼팅을 이들처럼 기가 막히게 잘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지만 솔직히 연습할 땐 퍼터에 손이 잘 가지 않는 것이 현실입니다. 퍼터는 14개 클럽 중 가장 연습량이 적은 클럽이죠. 일단 비거리부터 늘리고 아이언샷이나 더 정확하게 치고 싶다는 욕구가 강하기 때문인데요. 퍼팅 연습 장소가 마땅치 않은 것도 하나의 원인이 아닐까라고 생각해 봅니다.
퍼팅 그립은 손바닥으로
더 근본적인 문제는 일관되지 못한 셋업과 불규칙한 스트로크라고 생각해요. 퍼팅을 할 때마다 루틴이 다 달라집니다. 홀컵을 쳐다보는 횟수도, 발 간격도, 연습 스트로크 횟수도 달라지죠. 공과 몸 사이의 간격도 그때 그때 다 다릅니다. 결국 움직이지 말아야 할 게 움직여서 문제가 생긴다고 봐야 합니다.
가장 많이 움직이는 게 머리, 몸통, 손목 등이죠. 공이 어디로 가는지 궁금해서 이런 신체 부위가 왼쪽으로(오른손잡이의 경우) 쏠리는 경우입니다. 거리는 물론 방향이 확 틀어질 수밖에 없죠. 퍼터 페이스가 1도만 틀어져도 1m 홀컵에 이르러선 약 2.8㎝ 틀어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듯, 조금만 더 열리거나 닫히면 짧은 쇼트 퍼트일지라도 실패할 수 있다는 얘깁니다.
기본 셋업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고 생략하겠습니다. 머리 고정, 손목 고정 이야기 역시 숱하게 들어오던 바 그대로입니다. 다 중요하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은 손목입니다. 손목에서 결과가 확 달라지는 게 많아서입니다. 바로 퍼터 샤프트와 팔뚝을 직선으로 만들어 그립을 잡는 것입니다. 손가락이 아니라 손바닥으로 퍼터 그립을 잡는 게 그래서 중요합니다. 클럽이 퍼팅 스트로크 회전축에 잘 매달려 어깨와 가슴판의 회전에 맞춰 잘 돌아가게 하기 위함입니다. 일반 아이언을 잡을 때처럼 손가락으로 잡으면 샤프트가 뉘어지고, 손목을 많이 쓸 가능성이 높은 그립이 됩니다. 방향과 거리가 흐트러지죠. 공을 놓는 위치는 여러 이론이 있지만 저는 눈 바로 수직 아래를 권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스트로크 라인이 바르게 되고 당겨치거나 밀어치는 실수가 줄어듭니다. 제 경험칙입니다.
아기를 안아 들 듯 팔꿈치 모아야
손목만큼이나 강조하고 싶은 게 팔꿈치입니다. 팔꿈치가 몸통 쪽으로 잘 좁혀져 있어야 합니다. 팔꿈치가 양옆으로 벌어지면 겨드랑이도 벌어지고, 결국 가슴판 회전과 팔 이하 퍼팅 스트로크가 따로 놀아 일관된 퍼팅 결과를 얻기 어려워집니다. 팔뚝은 팔꿈치가 접히는 부분이 전방 쪽으로 향하게 하는 게 좋고요. 이렇게 하면 손목이 위로는 움직여도 좌우로 움직이기가 어려운 상태가 되거든요. ‘퍼팅 달인’으로 손꼽히는 박인비와 김경태 프로가 한창 때 퍼팅 비결을 살짝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공통점은 손목을 잘 쓰지 않도록 셋업에 안전장치를 걸어두는 거였어요. 놀랍게도 두 프로는 양손으로 아기를 받쳐 안듯, 손바닥이 하늘로 향하는 느낌으로 팔꿈치를 옆구리에 모으고, 겨드랑이를 몸통에 잘 붙이는 걸 강조했습니다. 반대로 하지 말아야 할 건 팔을 쭉 뻗어 퍼터를 잡는 것입니다. 공과 시야가 멀어지고 어깨와 팔 근육이 경직되기 때문에 부드럽고 리드미컬한 스트로크를 하기 힘듭니다.
마지막으로 어깨입니다. 좌우 어깨 높이가 다른 셋업을 한 아마추어 골퍼를 필드 레슨에서 많이 봅니다. 손목과 로프트각, 스트로크 궤도에 왜곡이 오기 때문에 금해야 합니다. 스위트스폿에 공을 맞히기 힘들고, 퍼팅 토핑과 뒤땅이 나는 것은 물론 정확한 방향성도 확보하기 힘듭니다.
김영 < 골프인스트럭터·방송해설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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