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7월 트위터에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프랑스가 대형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프랑스에서 번 연매출의 3%를 ‘디지털세’로 부과하는 법안을 통과시킨 뒤였다. 디지털세 부담을 지는 회사들이 구글, 애플, 아마존, 페이스북 등 대부분 미국계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프랑스 특산물인 와인에 보복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도 했다.
21세기 ‘세금 전쟁’, 디지털세 논란
다국적 IT 기업을 겨냥한 디지털세 도입을 놓고 세계 각국의 신경전이 치열하다. 프랑스 외에 영국, 스페인, 오스트리아 등이 독자적인 디지털세 신설을 추진하는 가운데 주요 7개국(G7) 재무장관 회의에서는 디지털세에 찬성한다는 성명이 발표됐다.
디지털세는 국경을 넘나들며 사업하는 IT 기업들이 돈은 많이 벌면서 세금을 제대로 내지 않는다는 비판에서 출발했다. 조세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다. 현행 국제조세조약에 따르면 각국은 고정 사업장과 유형자산을 근거로 기업에 과세한다. 하지만 IT 기업은 국가마다 생산·판매 시설을 두지 않는 사례가 많다. 데이터나 특허 같은 무형자산에 주로 의존하다 보니 과세 근거를 찾기 힘들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문제 제기가 많았다. 구글의 경우 한국에서 광고로만 1년에 5조원 가까운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국내에 사업장을 두지 않아 세금은 거의 내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간 광고 매출이 3조5000억원 선인 네이버는 법인세로 4000억원 이상 내고 있다. 디지털세는 제도를 도입한 나라에 기업 본사가 있는지에 관계없이 디지털 서비스 매출에 따라 세금을 물리는 게 특징이다. 통상 본사 소재지를 기준으로 법인세를 부과하는 기존의 과세 방식과 완전히 다르다.
비관세장벽·이중과세 소지 비판도
미국은 디지털세 도입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사실상 미국의 IT 기업을 겨냥한 세금이나 마찬가지라는 판단에서다. 미국은 각국의 디지털세 신설을 막기 위해 ‘무역법 301조’라는 강수를 꺼냈다. 미국 정부가 교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무역 제도 및 관행에 대해 관세 부과 등 보복 조치를 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디지털세를 둘러싼 국제 갈등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나라마다 견해차가 크고, 반대 목소리도 적지 않다. 유럽연합(EU)은 당초 공동 디지털세 도입을 추진했지만 아일랜드, 네덜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이 반대해 무산됐다. 뉴욕타임스는 “온라인 거래 세금을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전통적 동맹국을 갈등으로 내몰고 있다”며 “국제 합의를 이루지 못하면 한동안 국가 간 기업을 겨냥한 증세와 새 관세가 쏟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임현우 한국경제신문 기자 tardi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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