印尼부동산업자들이 '정부 개입' 요청한 이유는

입력 2019-08-30 11:17   수정 2019-08-30 11:18

[08월 30일(11:17)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심은지 국제부 기자) 인도네시아 정부가 수도를 자카르타에서 칼리만탄섬의 다른 도시로 옮긴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인근 땅값이 크게 들썩이고 있습니다.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나서 정부에 투기를 제재해달라고 요청할 정도입니다.

30일 블룸버그통신은 “인도네시아부동산기업협회가 조코 위도도(조코위) 인도네시아 대통령에게 투기꾼들이 칼리만탄섬 동쪽 부동산을 사들여 이익을 얻지 못하도록 제재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보도했습니다. 5000여 개 부동산 관련 업체가 모인 이 협회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이 땅을 관리해 적절한 가격에 민간 개발업자에게 팔아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정부 개입에 반대하는 부동산 개발업자가 오히려 정부에 적극적인 개입을 요구한 셈입니다.

이는 시장이 투기 세력을 감당할 수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투기꾼이 한꺼번에 몰려들어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땅을 확보하기도 힘든 지경에 놓였기 때문입니다. 칼리만탄섬 동쪽은 인도네시아 정부가 지난 26일 발표한 새 수도 이전지입니다. 아직 도시명조차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 지역엔 수많은 투기꾼들이 땅을 확보하기 위해 달려들고 있다고 합니다.

솔레만 소마위나타 인도네시아부동산기업협회 회장은 “투기꾼은 땅을 산 후 땅값이 오를 때까지 아무것도 안 하기 때문에 우리는 부동산 개발업자와 투기꾼을 분리해야 한다”며 “정부는 땅을 확보한 후 부동산 개발업자들이 개발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새 수도 이전지는 대부분 정부의 통제하에 있는 보호림과 임업지로 구성됐습니다. 법적으로는 민간 투자자들이 함부로 거래할 수 없는 지역이지만 투기 세력들은 여러 방안을 모색해 땅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내년 말까지 칼리만탄섬에 신도시를 건설하기 시작해 2024년부터 단계적으로 수도를 이전할 계획입니다. 기존 수도인 자카르타와 2000㎞ 이상 떨어진 곳으로, 자바섬의 인구를 분산하고 경제 활동을 다른 섬까지 확산시키려는 의도가 담겼습니다. 인도네시아 부동산 개발업체들엔 최대 성장 모멘텀이겠죠.

고급 콘도 개발업체 PT 아궁포도모로랜드는 새 수도 지역에 대규모 주거·상업지 개발 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을 내놨습니다. 인도네시아 국영 건설사 PT PP의 자회사 피피프로퍼티, PT위자야카리아 등도 대규모 부동산 개발 계획을 내놨습니다. (끝) / summ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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