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의 명칭을 조무사로 바꿔주세요”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청원 이후 참여인원이 가장 많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글이다. 지난 22일 게재된 이 국민청원은 9만3000여명(30일 오후 2시 기준)의 동의를 얻었다. “간호조무사 자격은 누구나 학원을 다니면 1년 내로 취득 가능한데 이름 앞에 ‘간호’가 달려 넘지 말아야할 선을 넘고 있다”며 간호조무사를 비판하는 내용이 게시글에 담겼다. 같은날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라간 “간호조무사협회의 법정단체 인정 주장을 규탄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글엔 6만2000여명이 참여했다.
간호업계가 둘로 쪼개지고 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간무협)가 자신들의 법정단체 인정을 요구하고 나서자 대한간호협회(간협)가 이에 반대하고 있는 것. 15만명이 넘는 인원이 국민청원에 참여해 간호조무사 측의 주장을 규탄하고 있지만 간무협은 “75만 간호조무사의 권리를 쟁취하겠다”며 집단 연가투쟁을 예고하고 있다.
◆간무협 법정단체 놓고 간호업계 내분
간호조무사와 간호사의 갈등은 지난 2월 최도자 바른미래당 국회의원이 ‘의료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면서 시작됐다. 이 법안은 사단법인인 간무협을 법정단체로 인정하는 내용이 골자였다. 간무협은 의료인이 아닌 의료유사업자와 안마사도 법정단체 인정을 받고 있는데 간호조무사만 법정단체가 되는 걸 막아놓는 것은 문제라는 입장이다. 간호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취업 중인 간호조무사의 수는 약 19만명, 간호조무사 자격증을 획득한 사람 수는 72만명에 이른다.
하지만 간협은 “간호계가 두 개의 목소리를 내게 돼 정책 혼란만 가중 될 것”이라며 간무협의 요구에 반발하고 나섰다. “간호사들의 처우와 급여수준이 확보될 때 간호조무사들의 처우 개선 여지가 있다”는 게 간협 측의 얘기다. 일선 간호사들은 “국가고시를 통과해 면허를 취득한 간호사와 학원 교육으로 자격을 얻는 간호조무사를 같은 선상에 놓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간호사들의 반발이 잇따르자 간무협을 법정단체로 두는 의료법 개정 논의는 지난 3월과 6월 거듭 다음 회기로 미뤄지며 계류됐다.
이에 간무협은 “간호협회의 반대는 갑질 횡포이며 탄압”이라며 간호사 측에 대한 비난 수위를 높이고 있다. “간호사 출신인 윤종필 자유한국당 의원이 의료법 개정안 통과에 반대했다”며 특정 의원을 규탄하기도 했다. 간무협은 행동 전개에도 나섰다. 지난달 14일 ‘2020총선대책본부’를 출범하고 “간호조무사의 정치세력화”를 선언한 데 이어 지난 20일 국회 앞에서 ‘전국 간호조무사 대표자 1차 결의대회’를 가졌다. 지난 23일엔 김순례 자유한국당 국회의원이 간무협 운영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하며 이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간호조무사 “1만명 연가투쟁 나설것”
간호업계의 갈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간호사 측과 간호조무사 측의 입장차가 큰 쟁점들이 산재하고 있어서다. 간호조무사협회는 장기요양센터장 자격에 간호조무사를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간호사협회는 “직원 업무를 감독하는 시설장으로 간호조무사를 두면 간호사가 간호조무사를 지도하도록 규정한 의료법 취지에 어긋난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방문건강관리 전담공무원에 간호조무사를 포함하는 내용이 담긴 지역보건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놓고서도 이를 찬성하는 간호조무사 측과 반대하는 간호사 측의 의견이 엇갈렸던 바 있다.
의료계와 정부 관계자들은 간무협의 법정단체화 주장에 대체로 공감하는 모양새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람직한 간호인력 역할 정립과 상생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손호준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장은 “간무협 법정단체화는 의료현장의 전문인력으로서 책임을 명확히 하고 간호조무사의 인권보호, 권익증진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태완 대한병원협회 정책이사는 “명분이 좋기에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는 의견을 냈다. 반면 이상운 대한의사협회 부회장은 “국민 건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더 생각해봐야 할 사안”이라며 신중한 입장을 드러냈다. 간무협의 법정단체 인정을 놓고 의료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인 가운데 간무협은 10월 23일 간호조무사 1만명이 참여하는 연가투쟁을 벌일 계획이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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