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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노인정이 이곳입니다."
최근 일주일 사이 유튜브에서 가장 주목받는 채널은 SBS KPOP CLASSIC이다. 이곳에서 1999년부터 2000년대까지 SBS '인기가요'를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논스톱 방송을 시작하면서 2030세대를 불러모으고 있는 것. 지난 8월 28일에는 동시 접속자가 2만 명을 넘기면서 한 때 서버가 다운되기도 했다.
유튜브 마케팅 플랫폼 녹스인플루언서에 따르면 SBS KPOP CLASSIC의 이전 7일간 구독자수 증가 인원은 4만7202명이었다. 그 전주의 구독자수가 131명이 늘어난 걸 고려하면 폭발적인 성장이다. SBS 측은 '인기가요' 유튜브 실시간 방송에 대한 뜨거운 반응에 향후 점차 연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을 전했다.
SBS뿐 아니라 MBC, KBS 등도 향수를 자극하는 추억의 콘텐츠들을 유튜브에 공개하면서 구독자 모으기에 나섰다. MBC CLASSIC은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 '무한도전' 등 수년 전에 인기를 얻었던 프로그램을 유튜브로 내보내며 17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았고, KBS 역시 'KBS Archive:옛날티비'를 통해 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7080 레전드 프로그램 '여의도 청백전', '쇼쇼쇼', 'KBS 새가족' 등을 공개하고 있다.
앞서 tvN, Mnet 등 케이블 채널을 갖고 있는 CJ ENM과 룰루랄라 등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겨냥한 스튜디오를 갖고 있는 JTBC에 비해 지상파는 유튜브 콘텐츠 제작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단순히 TV 방송의 주요 장면을 자른 '클립' 형태의 동영상을 선보여왔고, 그마저도 네이버TV에 집중했다. 하지만 최근 유튜브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지상파도 변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운명을 가른 네이버·다음 전속계약
지난 2014년 12월 2일, 지상파 방송사들은 유튜브에 콘텐츠 공급을 중단했다. 대신 네이버 TV캐스트와 다음 TV팟에 독점 공급하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선보여왔다.
지상파가 유튜브를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돈'이었다. SBS와 MBC가 공동 출자해 만든 온라인·모바일 광고대행사 스마트미디어렙(SMR)은 2014년 11월까지 방송사가 광고수익의 55%, 유튜브가 45%를 갖는 조건으로 유튜브에 콘텐츠를 공급했으나 배분 비율을 높이려다 실패하자 계약을 중단했다.
대신 네이버, 다음과 방송사가 90%, 포털이 10%를 갖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네이버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V'를 개설해 공격적인 확장에 나섰고, 다음 역시 '다음TV팟'을 통해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실시간 중계를 진행하고 카카오TV를 출시하며 동영상 서비스에 집중하던 시기였기에 가능했다.
계약이 끊긴 초반엔 유튜브가 손해를 보는 모양새였다. 트래픽 분석 업체 코리안클릭에 따르면 지상파가 유튜브 콘텐츠 공급을 끊은 5주 만에 유튜브의 트래픽이 소폭 감소했다. 네이버 역시 "제휴 영상을 늘리고 단독 콘텐츠를 서비스한 결과 이용자당 체류 시간이 6%가량 늘었다"고 밝혔었다.
하지만 유튜브가 4년 만에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분위기는 전환됐다.
◆ 뒤늦은 시작? "지금이라도"
최근 몇 년 사이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뉴미디어 제작사들이 가파르게 성장했다. 1세대 온라인 오리지널 콘텐츠는 웹 드라마가 주를 이뤘다면, 최근엔 웹 예능으로 확대되는 추세다. 여기에 1인 유튜버들이 각양각색 콘텐츠로 연예인 못지않는 인기를 모으며 천문학적인 수입을 거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방송사들은 자신들만의 색깔과 능력으로 유튜브라는 새로운 플랫폼을 개척해가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박준형의 '와썹맨', 장성규의 '워크맨' 등을 연속 히트시킨 JTBC의 온라인 콘텐츠 제작사인 스튜디오 룰루랄라 서계원 디지털기획팀장은 "3년 전에 0에서 시작했다"며 "현재는 웹 시장의 (광고 단가) 자체가 TV시장 못지않게 올라온 것 같다. 빠르게 성장하는 걸 느낀다"고 변화하는 분위기를 전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상파들의 유튜브 진출은 방송에 이어 온라인까지 존재감이 밀리는 위기감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 언제까지 향수만 자극할텐가
tvN, OCN 등 케이블 간판 채널들이 생겨난 건 2000년대 중반 이후다. 종편이 개국한 것도 10년이 안됐다. 그 이전의 방송 콘텐츠는 지상파만의 자산이자 경쟁력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과거 자료를 재탕하는 것만으로는 앞으로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 근본적인 생존전략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룰루랄라에 이어 CJ 역시 디지털 스튜디오인 tvN D를 개국하고 공격적으로 온라인 기반 콘텐츠 제작에 돌입했다. tvN '짠내투어'의 스핀오프 콘텐츠인 '죽네투어', 확고한 브랜드를 다져나가고 있는 '최자로드' 등의 흥행에 힘입어 CJ ENM 측은 "채널 개국 10개월 만에 누적 조회수 8억 뷰를 돌파했다"고 밝혔다.
SBS에서 '모비딕'을 통해 디지털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고, MBC에서는 '놀면 뭐하니'와 같은 트랜스미디어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TV방송과 문법이 전혀 다른 온라인 콘텐츠에 지상파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앞으로 향수 자극이 아닌 새로운 콘텐츠로 지상파가 경쟁력을 얻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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