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확실성 걷힐때까지 글로벌 채권 분산 투자"

입력 2019-09-01 15:25   수정 2019-09-01 15:26


“지금처럼 글로벌 경기를 예측하기 어려울 때는 쉬는 것도 투자입니다.”

정성희 신한PWM 프리빌리지 강남센터 PB팀장(사진)은 신한금융그룹에서 초우량 고객들의 자산을 전문으로 관리해주는 사람이다. 자산가 기준은 금융자산 50억원 이상을 맡긴 사람이다. 정 팀장은 최근 자산가들에게 당장 투자를 결정하기보다 글로벌 경제 상황을 차분히 모니터링하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일본의 한국에 대한 무역보복, 홍콩의 ‘범죄인 인도 법안’ 반대 시위 등으로 글로벌 경제 상황을 예측하기가 그 어느 때보다 어려워졌다고 진단했기 때문이다.

그는 “돈을 반드시 투자해 수익을 올리는 것만이 투자가 아니다”며 “복잡한 경제 상황에서는 투자를 잠시 쉬면서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대신 현금을 되도록 많이 확보해야 한다는 게 그의 투자 지론이다. 세계 경기가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가운데 실탄을 되도록 많이 갖고 있어야 좋은 투자처가 생겼을 때 바로 뛰어들 수 있어서다.

정 팀장은 “요즘은 연 3% 수익률을 얻기도 힘들어졌다”며 “연 3~4% 수익률을 올리기 위해 원금 손실 가능성이 높은 상품에 굳이 투자할 필요가 없다는 게 자산가들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정 팀장은 자산가들이 올해 들어 글로벌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펀드를 선호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선진국 국공채부터 변동성이 적지 않은 하이일드 채권까지 포트폴리오 구성이 다양하다. 위험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정 팀장은 “요즘 자산가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불확실성’”이라며 “글로벌 채권형 펀드는 불확실성이 사라질 때까지 돈을 잠시 넣어둘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하나UBS자산운용의 ‘하나UBS 핌코 글로벌인컴펀드’는 지난 7월 수탁액이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5일 출시된 하나UBS 핌코 글로벌인컴펀드는 선진국 채권, 투자등급 채권, 하이일드 채권, 모기지 채권, 이머징 채권 등 5300여 개 채권에 분산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신한BNPPH2O 역시 해외 각국의 통화정책 및 경제 펀더멘털에 따라 채권 및 통화에 대해 매수 및 매도 전략을 병행하기 때문에 하락장에서도 안정적인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상품으로 평가된다.

TDF를 찾는 자산가도 많아졌다. 상대적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할 수 있어서다. TDF는 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의 줄임말이다. 은퇴 예정자의 미래 예상 퇴직 시점을 설정하고 퇴직시점이 다가올수록 위험자산 중심에서 안전자산 중심으로 전환하도록 설계돼 있는 은퇴 맞춤형 펀드다. 10개 자산운용사에서 TDF를 출시해 운용하고 있다. 정 팀장은 “자산의 30%가량은 글로벌 채권형펀드에, 나머지 30%는 TDF에 넣어두는 전략으로 가져가면 나쁘지 않다”고 추천했다.

나머지 자산 중 일부는 미국 달러화를 분할 매수하는 데 쓰도록 조언했다. 정 팀장은 “미·중 무역분쟁이 금방 해결될 것 같진 않다”며 “안전자산 확보 차원에서 달러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통화 분산 차원에서라도 달러화 매수는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정 팀장은 다만 주가연계증권(ELS) 투자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했다. 그는 “홍콩 시위 상황에 따라 H지수에 연동된 ELS 수익률도 달라질 수 있다”며 “상황을 지켜보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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