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소재 기업으로 변신하는 SKC
1일 업계에 따르면 SKC는 전통 주력인 화학 부문에서 탈피해 소재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고 있다. 1973년 화학회사(옛 선경석유)로 출발한 이 회사는 최근 화학 사업부문을 물적분할한 뒤 지분 49%를 쿠웨이트 석유화학회사인 PIC에 5500억원을 받고 팔았다. 화학 부문 일부를 떼어내 매각한 것이다. 자회사인 SKC코오롱PI의 지분 매각도 검토하고 있다. SKC코오롱PI는 SKC와 코오롱인더스트리가 2008년 27%씩 지분을 출자해 설립한 화학회사다.
SKC는 대신 1조2000억원을 들여 동박회사인 KCFT를 인수하기로 했다. KCFT는 LS엠트론의 동박사업부와 박막사업부가 결합해 탄생한 회사다. 전기차 배터리 핵심 소재 중 하나인 동박을 제조한다.
SKC가 자동차, 조선 등에 쓰이는 프로필렌옥사이드(PO) 제조 등 화학 부문에서 전기차 배터리와 전자소재 사업으로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는 것이다. 조만간 화학보다 소재 부문의 매출이 더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 이 회사의 화학과 소재 부문 매출 비중은 각각 32%, 12%였다. SKC는 그동안 고부가가치 소재 중심으로 사업모델을 혁신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이런 움직임은 최태원 그룹 회장이 강조하는 ‘딥체인지’(근본적인 혁신)와도 맥이 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이완재 SKC 사장(사진)은 “올해가 SKC 역사에서 큰 변곡점이자 미래 성장을 위한 사업구조 변화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혁신적 글로벌 소재회사로 발돋움하겠다”고 말했다.
소재 국산화 나선 SK머티리얼즈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고순도 불화수소를 개발하겠다고 밝힌 SK머티리얼즈는 디스플레이 생산에 필요한 소재 개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달 9일 경북 영주시 본사에서 ‘IT 소재 솔루션 플랫폼’이란 상설 기구를 출범시켰다.
이 플랫폼엔 한국화학연구원을 비롯해 나노종합기술원, 한국반도체연구조합, 한국전기연구원, 인하대, 광운대 등이 참여했다. 플랫폼에선 △친환경 세정 및 절연가스 △반도체 칠러(냉각장치)용 절연 냉매제 △반도체용 고기능성 웨트 케미컬(세정액 및 식각액) △디스플레이 소재 등을 집중 연구할 계획이다.
1차전지 및 충전지 제조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도 중국과 폴란드에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분리막 생산 공장을 설립하기로 했다. 투자금은 프랑스 크레디아그리콜 등 글로벌 은행에서 조달할 계획이다.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생산 공장 인근에 공장을 짓는다는 방침이다.
반도체와 배터리가 양대 축
산업계에서는 SK그룹 계열사들의 사업구조 재편 움직임에 대해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K그룹이 미래 신성장 동력으로 반도체와 배터리를 꼽은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사업 분야가 조금씩 겹치던 화학 계열사 간 사업 교통정리를 통해 첨단 소재 분야를 키우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그룹 내 SK하이닉스와 SK이노베이션 등을 제외한 제조업 계열사 중 덩치가 가장 큰 SKC의 움직임에 업계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SKC 고위 관계자는 “사업 재편은 4~5년 전부터 준비해온 것”이라며 “수년에 걸쳐 사업 구조에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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