靑, 청문회 없이 조국 임명 수순…3일 청문보고서 재송부 요청할 듯

입력 2019-09-01 17:45   수정 2019-09-02 01:07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명될 가능성이 커졌다. 여야는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일정 협의 데드라인인 1일까지도 조 후보자 가족의 청문회 출석 여부를 놓고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3일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한 뒤 9~12일께 조 후보자를 정식 임명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 대통령 “청문회를 정쟁으로만 몰고 가”

문 대통령은 이날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오르면서 이해찬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에 “(정치권이) 인사청문회를 정쟁으로만 몰고 가고 있다”며 “능력 있고 좋은 사람들이 청문회가 두려워서 사양하는 일이 늘고 있어 발탁하기가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청문회 제도가 정쟁의 도구가 되고 있다는 우려와 함께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해석된다. 청와대는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여야의 날 선 공방에도 ‘법대로 임명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문 대통령은 3일 국회에 조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송부를 재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회가 조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서 제출을 요구한 지 20일째인 2일까지 청문 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하면 문 대통령은 국회에 최대 10일 기한을 지정해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현재로선 인사청문회 개최 여부와 관계없이 문 대통령의 두 번째 순방지인 미얀마에서 보고서 재송부를 요청할 가능성이 크다. 재송부 시한은 순방에서 돌아오는 6일이 유력하다.

전희경 한국당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문 대통령 발언에 대해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어 불법적 특권을 누린 조 후보자와 그 일가의 죄를 ‘제도 탓’으로 떠넘기는 매우 비겁한 언사”라고 비판했다.


추석 전 조 후보자 임명 수순

정치권 일각에선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 임명을 예상보다 서둘러 단행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주 중반께로 청문 보고서 기한을 정한 뒤 순방지에서 전자결재를 통해 조 후보자를 임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조 후보자를 둘러싼 국론 분열을 조기에 진화하려는 생각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앞서 지난 4월 우즈베키스탄 국빈방문 때도 전자결재로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안을 재가했다.

다만 법무부 장관이 갖는 상징성을 감안할 때 순방 중에 곧바로 임명하는 것은 정치적 부담이 크다는 분석이 더 우세하다. 여권 관계자는 “오는 6일까지 보고서가 송부되지 않으면 여론 추이를 지켜본 후 9~12일께 조 후보자를 임명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자유한국당은 청와대가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경우 대규모 장외 투쟁으로 맞서겠다는 방침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선거제 개편안 처리에 이어 조 후보자 임명까지 ‘야당 패싱’으로 일관하는 청와대를 보고만 있을 순 없다”며 “장외 투쟁은 물론 정기국회 보이콧(거부)까지 검토할 것”이라고 했다.

청문회 증인 채택 놓고 막판까지 진통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열어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 일정 및 증인 채택 여부를 확정하자고 제안했지만 한국당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당은 조 후보자 부인과 동생 등 가족을 포함해 25명의 증인·참고인 출석을 요구한 데 반해 민주당은 ‘후보자 가족 출석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민주당과 한국당 간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자 오신환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이날 조 후보자 가족 중 부인과 동생만 청문회에 출석시키는 중재안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가족 청문회’ 개최 요구는 헌법 가치를 위배하는 인권 침해 주장”이라며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정치권에서는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아예 열리지 않을 가능성마저 점쳐지고 있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핵심 증인(조 후보자 가족)이 없는 청문회는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협의만 되면 9~10일에 청문회를 여는 것도 가능하다”고 했다. 야권 관계자는 “양당이 ‘네 탓’ 공방만 벌이다 인사청문 법정 시한을 맞을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하헌형/박재원 기자 hh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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