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는 올 하반기 신입사원 공채 때 인공지능(AI) 시스템을 처음 도입한다. 채용 절차의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AI 시스템은 자기소개서를 분석해 지원자의 직무와 인성 부합도 등을 평가하고 표절 여부 등을 검수하게 된다. 국민은행도 지난해 은행권 최초로 AI 면접을 도입했다. 채용의 공정성을 높이고 채용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인적 물적 제한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이다.
AI 채용이 올 하반기에도 화두다. 채용의 공정성을 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업들이 잇따라 도입하고 있다. 하지만 응시자들은 “기준이 모호하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시·공간 제약 없앤 AI 채용
AI 면접 시간은 60분. 면접은 △자기소개 △인·적성검사 △게임 △AI 질문 등으로 구성된다. 면접 방식은 이렇다. 채용하는 기업은 지원자 모두 또는 면접 대상자에게 개인 고유번호를 준다. 지원자가 고유번호를 입력하면 AI가 ‘웹캠 마이크를 체크하겠습니다’라며 AI 면접을 할 수 있는 환경이 제대로 조성됐는지를 점검한다. 지원자의 자기소개서 내용과 강점 및 약점은 무엇인지 등을 묻는다. 질문 후 30초간 생각할 시간이 주어지고 1분 안에 답해야 한다. 이어 인·적성검사 문항이 뜬다. 인·적성검사가 끝나면 게임 면접이다.
게임은 △여러 사람의 얼굴 사진을 보고 감정 맞히기 △제한된 횟수 안에 주어진 형태와 똑같은 공 옮기기 △무게를 모르는 여러 개의 사물을 주고 두 사물의 상대적 크기 비교로 무게순으로 나열하기 △여러 도형이 n번째 도형과 같은지 맞히기 △왼쪽 색상, 오른쪽 단어의 조합 맞추기 등이다. 게임 이후에는 ‘소개팅하러 식당에 갔다가 지갑을 놓고 왔을 때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등의 상황 심층 구조화 질문도 AI가 던진다. AI 시스템을 개발한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는 “실시간으로 지원자의 표정을 분석해 행복, 놀람, 슬픔, 초조, 불안, 화냄 등의 정서까지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면접은 기업들이 채용에 들이는 시간과 비용 그리고 공간적 제약을 줄이면서 채용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담보할 수 있어 ‘채용비리’ 문제를 없앨 수 있는 장점도 있다. 이 때문에 롯데그룹은 지난해 상반기 공채부터 AI를 채용에 활용하고 있으며, SK텔레콤은 AI 솔루션 ‘누구’를 자체 개발하기도 했다.
○채용 기준 모호해 불만 속출
부산은행은 지난해 AI 채용을 처음 도입했다. 하지만 응시자들의 불만이 쏟아졌다. 부산의 A대학 취업 담당자는 “은행 입사를 위해 준비를 많이 하고 객관적으로 봐도 꼭 합격할 만한 친구들이 많이 떨어지고 별로 준비도 하지 않은 이들이 AI 면접을 통과한 사례가 많았다”며 “도대체 AI 통과 기준이 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했다. 이런 불만이 쏟아지자 BNK금융지주인 부산·경남은행은 올해부터는 AI 면접을 서류전형이 아니라 면접을 위한 보완용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AI 통과 기준이 모호해 ‘AI 사교육’까지 등장했다. ‘AI 면접 3시간 50만원’ 사설 컨설팅이 있는가 하면 구직자 사이에선 ‘AI 면접 잘 보는 방법’이 족보처럼 온라인상에서 공유되기도 한다. 취업 커뮤니티에는 “자기소개서에 ‘열정’ ‘창의력’ 단어를 많이 쓸수록 좋다” “AI 면접 도중 눈을 위로 치켜뜨면 거짓말하는 것으로 여겨져 탈락한다” “대답할 땐 큰 소리로 말해야 한다” 등의 ‘카더라’ 통신이 떠돌고 있다.
마이다스아이티 측은 “AI 채용은 지원 기업의 인재상에 맞게 설계되기 때문에 정답이 없다”고 설명했다. 기업 인사담당자들도 “채용설명회에서 AI 채용에 관한 질문이 나오면 정확한 알고리즘을 모르기에 대답을 못하는 사례가 많다”고 말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은 아직은 AI 채용을 보완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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