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9년에 제작한 ‘백자와 꽃’도 조선시대 백자 항아리를 장인의 시각으로 화면에 올려놓은 수작이다. 우윳빛 달항아리를 중심에 두고 화사한 꽃과 고목, 산을 곁들여 백자 특유의 단순미와 고졸미(古拙美)를 응축했다. 도자기 아가리를 생략한 채 그려 넣은 항아리는 수묵처럼 번진 어둠을 흡수하며 보름달처럼 청청히 빛난다. 고목 줄기에서 뻗어 나와 둘로 갈라져 피어오른 꽃송이와 검은 색선으로 묘사한 산등성 역시 서로의 기세를 견주며 잔잔한 운율을 생성한다. 고목에 드리워진 항아리의 그림자를 두 개의 색면으로 처리한 것도 흥미롭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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