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뉴스와 건전한 여론

입력 2019-09-02 17:38   수정 2019-09-03 00:04

연구년으로 머물던 미국 일리노이주의 어바나-샴페인은 학교가 중심인 시골 도시여서 뉴스거리가 많지 않았다. 어쩌다 총기 강도 사건이 있으면 큰 뉴스이고, 초등학교 교사들이 파업하면 최고의 비중 있는 뉴스였다.

TV 뉴스는 광고를 포함해 30분씩 지역(local) 뉴스와 나라 전체(national) 뉴스를 내보낸다. 지역 뉴스의 가장 큰 비중은 일기예보가 차지했다. 나머지 사건·사고, 스포츠 뉴스 등이 대부분이었다. 일기예보는 비교적 정확하다고 느꼈다. 나라 전체를 다루는 뉴스는 주로 정치, 외교, 경제 분야별 한두 꼭지 기사가 전부였다. 기사의 평이함과 선택의 신중함에 오히려 감동받을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 우리나라 뉴스를 한번 보자. 공직 후보자이긴 하지만 한 교수의 과거 일거수일투족이 공영방송의 주요 뉴스거리가 됐다. 한 연구자에 의해 발표된 검증 안 된 연구 결과를 엄청나게 효과 있는 사실로 보도하고는, 며칠 뒤 그 연구 결과가 잘못된 내용으로 밝혀졌다는 기사를 연이어 내보낸다.

뉴스를 보고 있자면 온 나라가 근본부터 잘못됐고 사람 살기가 어려운 사회라는 생각을 하게 할 정도다. 미국에 잠깐 나가 있을 때 국내 뉴스를 접하고 걱정돼 친지 분께 확인 전화를 드리면 정작 아무 일도 아니란다. 앞뒤 정황을 고려하지 않고 관심을 끌려는 자극적이고 즉흥적인 내용이 뉴스에 많이 포함돼 있다. 어떤 때는 뉴스가 드라마 같기도 하다. 이른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발 뉴스는 더하다. 오죽하면 ‘진짜뉴스(real news)’와 ‘가짜뉴스(fake news)’를 구분하기 위한 팩트체크연구소가 등장하고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방법이 개발되겠는가.

자극적인 보도로 당장의 시청률을 올릴 수 있겠지만 여러 사람이 기사를 통해 상처를 받고 나아가 사회의 질서, 도덕심마저 무너뜨리게 된다면 그 뉴스는 정당화될 수 없다. 객관적인 자료를 근거로 원칙에 입각해 뉴스 내용을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아주 편협해진 뉴스라고까지 말할 수 있는 현재 우리의 사정에서 ‘신중하자’는 의견이 잘 전달될 것 같지는 않다. 유튜버가 뉴스의 많은 부분을 대신하고 있는 현재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올바른 뉴스에 근거한 건전한 여론을 만들어 가기 위한 노력을 중단하면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단 뉴스를 만드는 분들이 더 객관적이어야 함은 물론이고, 뉴스를 살피는 독자들의 노력도 필요하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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