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한국은행이 3일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사실상 마이너스로 나타난 것에 대해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은 이날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거시정책협의회를 열고 "한국의 저물가는 수요 측보다는 공급 측 요인에 상당 부분 기인한 것으로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8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4.81(2015=100)로 전년 동기 대비 0.0%의 상승률을 보였다. 소수점 세자릿수까지 따지면 1년새 0.038% 하락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1965년 통계 작성 이래 처음이다.
다만 김 차관은 "글로벌 경기 둔화, 미중 무역갈등 장기화 우려 등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이므로 저물가 흐름이 장기화할 경우 경제활력을 추가로 저하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난달 물가 상승률이 크게 하락한 주요 원인으로는 농산물과 국제유가 가격 하락에 있다고 했다. 실제 지난달 농산물 물가는 전년 대비 11.4% 하락하면서 전체 물가를 0.53%포인트 끌어내렸다. 국제유가 하락 등의 영향으로 석유류 가격도 6.6% 하락했다. 결국 전체 물가를 0.30%포인트 끌어내리는 효과로 나타났다.
김 차관은 "정책적 요인도 물가 상승률을 낮추는 데 영향을 미쳤다"며 "유류세 인하와 건강보험 적용 확대, 무상급식 등 복지정책도 물가 상승률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근원물가는 1% 내외에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한국은 디플레이션 상황이 아니라"며 "물가 상승률은 당분간 기저효과 영향에 0% 내외에서 머물겠으나 기저효과가 줄어드는 연말부터는 0% 중후반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면식 한은 부총재도 "물가 상승률이 내년 이후에는 1%대로 높아질 것"이라 예상했다. 디플레이션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는 판단이다.
윤 부총재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적으로 저인플레이션이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경기 순환적 요인만 아니라 글로벌화, 기술진보 등 구조적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는 견해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한국은 정보통신기술 보급과 온라인거래 확산 정도가 빠르고, 인구 고령화도 급속히 진행돼 구조적인 요인의 영향을 더 크게 받고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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