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사는 그동안 고급호텔 식당가 등에 식용 네잎클로버를 한정적으로 공급해왔다. 이달 하순께면 경기 과천 비닐하우스 농장을 통해 네잎클로버 대량생산을 시작한다.
홍인헌 푸드클로버 사장은 “네잎클로버를 싫어하는 사람은 한 명도 못 봤다”며 “행운을 주는 네잎클로버는 음식의 데코레이션(장식)이나 책갈피 등 쓰임새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행운의 ‘네잎클로버’를 식용으로
홍 사장의 꿈은 제대로 된 원예농장을 가꾸는 것이었다. 대학에서 원예를 공부했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1988년 상경한 뒤 돈이 없어 스웨터 수출 회사에 들어갔다. 중국 무역 업무를 맡았다. 1997년 회사를 나와 화초 유통사업을 하기도 했다. 지인이 대형 유리온실에서 재배한 장미 등을 서울에서 판매했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빚만 잔뜩 진 채 문을 닫았다.
이후 꽃배달업체와 제휴해 꽃을 생산·배송하는 일을 하면서 재기를 도모했다. 2006년 대형마트에 허브 화초 등을 납품하면서 문득 “화훼시장에서 히트 상품은 왜 수입품 일색일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국내산 인기 상품을 하나 개발하고 싶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게 네잎클로버였다.
식물의 줄기를 잘라 땅에 심는 접목 방식으로 네잎클로버만 나오는 개량 작업을 시도했다. 나중에 꽃이 피면 네잎클로버에서 핀 꽃에서만 씨를 받아 교배하는 방식이었다. 이 과정을 5년간 반복해 2011년 네잎클로버만 자라는 종자를 개발했다. 국립종자원에 품종 등록을 요청해 2년간 작물 시험을 거쳐 2013년 품종으로 등록했다. 20년간 사용할 수 있는 일종의 특허를 받은 셈이다. 재배 특허도 등록했고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식용 등록도 마쳤다. 네잎클로버의 브랜드는 ‘티아(tya)’로 정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행운의 여신 티케와 사랑과 미의 여신인 아프로디테의 합성어다.
막상 상품화에 성공했는데 영업은 또 다른 문제였다. 주요 음식점 셰프를 찾아가면 고개를 흔들었다. “토끼나 먹는 거지 어떻게 먹어? 맛은 어때? 어디에 좋은데?”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조리기능인협회를 통해 셰프들과 접촉하면서 네잎클로버의 장점을 설명했다. 셰프와 식당 주인에게 일단 써보고 좋으면 선택해 달라고 했다. 결국 첫 고객은 서울 여의도 63빌딩 내 식당가였다.
“식당에서 커피숍까지 쓰임새 무궁무진”
스타벅스가 네잎클로버를 적용한 상품을 선보이면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스타벅스는 네잎클로버를 하루 2만 장씩 구매해 ‘오토 그린티 라떼’란 상품을 선보였다. 2개월간 공급한 120만 장의 가격만 2억여원에 달했다. 절대 생산량이 정해져 있어 공급처를 다양화할 수 없는 것이 한계였다.
농장이 충북 청주(하루 3만 장 생산) 한 곳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홍 사장은 과천에 10년 임대 계약으로 1만㎡ 규모 농장 부지를 마련했다. 이곳에 4000㎡ 규모 비닐하우스 농장을 조성했다. 양액(비료) 자동공급 시스템 등 첨단 시설을 갖췄다. 이곳에 네잎클로버 모종을 옮겨 심어 이달 하순부터 하루 15만 장을 생산할 수 있게 된다. 홍 사장은 대형 커피숍, 베이커리 등 주요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공급망을 넓힐 계획이다.
잎이 큰 품종도 개발했다. 말린 클로버는 명함 엽서 책갈피 등 활용 분야가 다양하다. 네잎클로버에 단백질도 풍부한 점을 활용해 샐러드 시장도 공략할 계획이다. 홍 사장은 “과천 농장에서 생산이 본격화하면 현재 장당 250원 안팎인 가격이 떨어져 대중화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과천은 서울과도 가까워 초등학생 등을 대상으로 한 체험학습장으로도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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