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물에서 얻는 배움

입력 2019-09-04 17:42   수정 2019-09-05 00:05

내 고향은 제주도. 고향집 뒷언덕엔 사시사철 솟아나는 용천수가 있다. 유년 시절, 어머니를 따라 물을 길으러 다녔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마을 사람들은 식수뿐만 아니라 논농사에도 이용했다. 마을의 젖줄이요, 수호신과 같은 상징이었다. 지금도 고향집에 갈 때 가끔 그곳을 찾아 어린 시절의 추억을 더듬곤 한다.

아직 깨끗함을 유지하고 있는 고향의 물을 보면서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上行下效)’는 글귀를 떠올려 본다. 본래 이 말은 ‘윗사람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교훈적 의미로 사용되지만, 오늘은 물관리 관점에서 생각해본다.

산과 들에 떨어진 빗방울이 모여 지류를 이루고, 여러 지류가 합쳐져 강 또는 하천을 형성한다. 이를 수문학에서는 ‘수계(水系)’라 한다. 강 또는 하천으로 모여드는 물의 양과 질은 수계를 이루는 지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에 달렸다. 수계 상류에 각종 유해 시설물이 무분별하게 들어서고, 시설에서 나오는 오폐수가 지천과 지류로 방류되고, 수계로 흘러가는 물을 여기저기서 당겨쓰는 일이 지속되면 수질 오염과 수량 부족이라는 중병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1991년 3월 일어난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은 낙동강 수계의 한 기업에서 유출된 페놀이 강으로 흘러들어 발생한 대형 수질 오염 사고다. 2015년 8월 미국 콜로라도강 지류의 폐광산에서 유출된 폐수가 지류를 타고 뉴멕시코와 유타주 접경지역까지 흘러 강물을 오염시키는 대형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두 사례는 수계 관리가 얼마나 중요한지 말해준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글귀는 강 및 하천의 수량과 수질을 유지하기 위한 ‘물관리 기본원칙’으로 사용해도 손색없다. 특히 제주도는 ‘땅이 깨끗해야 물도 맑다’는 말이 더욱 어울린다. 강 또는 하천이 없고 비가 땅속에 스며들어 생성된 지하수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섬이기 때문에 ‘땅이 깨끗해야 물도 맑다’는 말이 잘 어울리는 고장이다.

물은 고여 있지 않고 항상 낮은 곳으로 흐른다. 그렇기 때문에 물이 모이는 지역은 늘 깨끗해야 한다. 지표수와 지하수 모두 맑고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상류 혹은 발원지를 오염·훼손되지 않도록 보호해야 한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탈레스가 “만물의 근원은 ‘물’”이라고 말했다. 물은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에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불가결한 물질이다. 우리는 물이 얼마나 소중하고 귀중한 것인지 알고 있다. 체계적인 관리와 노력으로 물을 보호해 다음 세대에 더 맑고 깨끗한 물을 물려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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