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연계 DLF 금감원 검사에 운용사 '볼멘소리'

입력 2019-09-04 17:55   수정 2019-09-05 00:56

대규모 손실 가능성이 커진 해외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대규모 검사가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검사 대상이 된 DLF 운용사들이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어 관심을 모으고 있다.

금감원은 운용사들이 시중은행 등 판매사 요구에 따라 펀드를 설계하고 운용한 만큼 이를 금지한 자본시장법 위법 소지가 큰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운용사들은 파생결합증권(DLS)을 담은 DLF와 주가연계증권(ELS)을 담은 주가연계펀드(ELF) 등은 설정 후 판매사들이 적극적으로 운용 방침을 지시하는 상품이 아닌 만큼 불법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감원은 우리은행 등에서 판매된 DLF를 운용한 자산운용사들에 대해 강도 높은 검사를 벌이고 있다. 금감원에 따르면 국내 금융회사의 DLS와 DLF 판매잔액은 총 8224억원 규모다.

전체 판매잔액의 99.1%(8150억원)가 은행에서 사모 DLF로 팔렸다. KB자산운용, 유경PSG자산운용, 교보악사자산운용, HDC자산운용 등 9개 운용사가 해외 증권사의 DLS를 포트폴리오에 담아 펀드(DLF)로 설정, 운용했다.

최근 문제가 된 상품의 기획 및 설계는 판매사인 우리은행 등이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같은 상품을 여러 운용사가 운용했다는 것 자체가 해당 펀드를 판매사가 기획 설계했다는 방증”이라며 “은행 입장에서는 운용사별로 익스포저(리스크 노출)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에 이런 방식을 많이 쓴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고 있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펀드를 운용했다는 이유로 운용사에 위법 혐의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서규영 금감원 자산운용검사국장은 “의사가 무면허 의사에게 면허를 빌려주고 대신 진료하도록 했다면 책임을 피할 수 있겠느냐”며 “사건이 터질 때마다 운용사들이 책임을 판매사들에 돌리는데, 운용 책임은 운용사에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펀드가 설정된 이후에도 판매사가 운용 지시를 했다면 명백한 OEM 펀드로 볼 수 있겠지만 판매사가 펀드 설정을 요구하는 데 그쳤다면 운용사를 무조건 불법으로 몰아세우기에 모호한 측면이 있다”며 “투자자 니즈에 밝은 판매사 측과의 정상적인 의사소통으로 간주해 그동안 금융당국에서도 크게 문제 삼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DLF는 일반적인 액티브 주식형펀드와 달리 일단 상품이 설정되면 판매사로부터 운용 지시를 받을 여지가 거의 없다.

금감원은 일단 문제가 불거진 만큼 원칙대로 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서 국장은 “판매는 판매사가, 운용은 운용사가 담당한다는 원칙 아래 구체적인 사실관계를 살펴본 뒤 최종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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