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리는 콘서트 오페라, 갈라 콘서트 공연이 늘고 있다. 뉴서울오페라단이 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콘서트 오페라 ‘돈 조반니’를 공연했고 라벨라오페라단도 지난달 21일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속 명곡들을 들려주는 ‘그랜드 갈라 콘서트’(사진)를 열었다.
좀 더 쉽게 대중에 다가가려는 시도지만 한편에서는 ‘쏠림’ 현상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올 들어 민간 오페라단의 전막 오페라 제작 공연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서다. 올 하반기 서울에서 예정된 민간 오페라 공연은 오는 11월 라벨라오페라단의 ‘마리아 스투아르다’, 솔오페라단의 ‘카르멘’ 정도다. 상반기 공연도 지난 5~6월 ‘대한민국 오페라 축제’ 참가작들과 지난 3월 라벨라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검은 리코더’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처럼 민간 오페라단의 전막 공연을 보기 어려워진 것은 막대한 제작비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게 공연업계 추측이다.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기업 후원이나 협찬이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과 불황 여파로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한 민간 오페라단 관계자는 “한 공연을 하고 다음 공연을 준비할 수 있는 재정적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며 “콘서트 형태는 애호가들뿐 아니라 초심자들도 공연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콘서트 오페라는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 자리하고 전체 아리아를 다 들을 수 있지만 무대 세트와 의상을 다 갖출 필요가 없어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 갈라 콘서트는 귀에 익숙한 하이라이트만 뽑아서 들려주기 때문에 오페라 무대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국립·시립 오페라단과는 달리 안정적인 제작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는 민간 오페라단이 콘서트·갈라 공연에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용숙 오페라 평론가는 “김영란법 이후 오페라 관람권을 대량으로 구입해 문화 접대로 활용하던 기업 협찬이 줄어든 게 민간 오페라단에 직격탄이 됐다”며 “콘서트 오페라와 같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갈수록 열악해지는 제작 환경으로 인한 치우침은 문화적 다양성 측면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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