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法'과 불황에 콘서트·갈라 위주로 민간 오페라 무대서 사라지는 전막 공연

입력 2019-09-04 17:44   수정 2019-09-05 00:27

지난달 23일 그랜드오페라단은 창단 23주년을 기념해 롯데콘서트홀에서 ‘카르멘 인 콘서트’를 공연했다. 올해 창단 10주년을 맞는 수지오페라단도 ‘카르멘’을 택했다. 메조소프라노 나디아 크라스테바와 테너 빅토르 안티페코를 초청해 이달 24일 롯데콘서트홀에서 갈라 콘서트로 선보인다.

민간 오페라단이 무대에 올리는 콘서트 오페라, 갈라 콘서트 공연이 늘고 있다. 뉴서울오페라단이 4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콘서트 오페라 ‘돈 조반니’를 공연했고 라벨라오페라단도 지난달 21일 예술의전당에서 오페라 속 명곡들을 들려주는 ‘그랜드 갈라 콘서트’(사진)를 열었다.

좀 더 쉽게 대중에 다가가려는 시도지만 한편에서는 ‘쏠림’ 현상에 대한 아쉬운 목소리도 나온다. 올 들어 민간 오페라단의 전막 오페라 제작 공연이 눈에 띄게 줄어들어서다. 올 하반기 서울에서 예정된 민간 오페라 공연은 오는 11월 라벨라오페라단의 ‘마리아 스투아르다’, 솔오페라단의 ‘카르멘’ 정도다. 상반기 공연도 지난 5~6월 ‘대한민국 오페라 축제’ 참가작들과 지난 3월 라벨라오페라단의 창작오페라 ‘검은 리코더’ 등 손에 꼽을 정도다.

이처럼 민간 오페라단의 전막 공연을 보기 어려워진 것은 막대한 제작비를 감당하기 힘들기 때문이라는 게 공연업계 추측이다. 제작비의 상당 부분을 차지했던 기업 후원이나 협찬이 부정청탁금지법(김영란법) 시행과 불황 여파로 줄어든 영향이 크다는 것이다. 한 민간 오페라단 관계자는 “한 공연을 하고 다음 공연을 준비할 수 있는 재정적 상황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며 “콘서트 형태는 애호가들뿐 아니라 초심자들도 공연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방편”이라고 말했다.

콘서트 오페라는 오케스트라가 무대 위에 자리하고 전체 아리아를 다 들을 수 있지만 무대 세트와 의상을 다 갖출 필요가 없어 제작비를 줄일 수 있다. 갈라 콘서트는 귀에 익숙한 하이라이트만 뽑아서 들려주기 때문에 오페라 무대를 처음 접하는 사람이라도 지루하지 않게 감상할 수 있다. 국립·시립 오페라단과는 달리 안정적인 제작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는 민간 오페라단이 콘서트·갈라 공연에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용숙 오페라 평론가는 “김영란법 이후 오페라 관람권을 대량으로 구입해 문화 접대로 활용하던 기업 협찬이 줄어든 게 민간 오페라단에 직격탄이 됐다”며 “콘서트 오페라와 같은 공연을 즐길 수 있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갈수록 열악해지는 제작 환경으로 인한 치우침은 문화적 다양성 측면에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윤정현 기자 hi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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