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1200원 초반대로 내려왔다. 88일 만에 홍콩 정부가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일명 송환법)을 철회해서다. 다만 홍콩 시위대가 요구한 다섯 가지 사항 중 한 가지만 해소돼, 여전히 불확실성은 남아있다.
5일 오전 9시42분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3.4원 하락한 1204.8원에 거래되고 있다. 8거래일 연속 1210원대에 머물러 있던 원·달러 환율은 전날 1200원대로 내려왔다. 1200원대는 종가 기준 지난달 21일(1202.5원) 이후 처음이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인 것은 홍콩 정부가 송환법을 완전 철회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전날 캐리 람 홍콩 행정장관은 TV 방송을 통해 송환법 철회를 발표했다. 지난 6월9일 100만명이 모이면서 본격화된 첫 시위 이후 88일 만이다.
송환법이 철회된 것은 국제 사회의 우려 확대, 홍콩 경제의 부정적 영향이 중국에 전염됐기 때문이다. 또 미중 무역협상 과정에서 홍콩 시위가 중국에 불리하다는 점, 중국 건국 70주년 기념 행사를 앞둔 점 등이 중국 정부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평가다.
김태현 NH선물 연구원은 "송환법 폐지를 공식 발표하며 아시아 금융·무역 거점인 홍콩의 위험이 축소됐다"며 "관련 위험이 줄어들면서 달러 대비 신흥국 통화들의 강세가 지속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홍콩 시위가 완벽하게 끝나지 않아 경계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홍콩 시위대의 요구사항은 애초 다섯 가지로 송환법은 그 가운데 하나였다. 경찰의 강경 진압에 대한 독립적 조사, 시위대 '폭도' 규정 철회, 체포된 시위대의 조건 없는 석방 및 불기소, 행정장관 직선제 등 나머지 네 가지의 굵직한 사항은 여전히 남았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송환법 철회로 홍콩발 블랙스완(예상치 못한 위험) 가능성은 낮아졌지만 중국 정부의 대응이 '일단 후퇴'일 가능성이 높다"며 "홍콩 시장에 대한 불실과 내외국인의 자금 이탈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 전문가들은 위안화 환율과 증시 변동폭에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역외위안화(CNH) 환율은 전날보다 0.0021위안(0.03%) 오른 7.1492로 소폭 상승 중이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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