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 발표 이후 서울·수도권 아파트 청약 경쟁률이 치솟고, 당첨 커트라인도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새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 것이라고 판단한 실수요자들이 앞다퉈 청약에 도전하고 있어서다.
서울·수도권 청약 쏠림현상 가속
5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청약 과열’ 현상은 서울을 넘어 수도권까지 확대되고 있다.
지난 4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송도 더샵센트럴파크 3차의 청약 경쟁률은 206 대 1에 달했다. 258가구 모집에 5만3181명이 청약통장을 던졌다.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3.3㎡당 2000만원을 넘었지만 많은 청약자가 몰렸다.
같은 날 청약을 진행한 송도국제 F20-1블록 송도 더샵프라임뷰는 398가구 모집에 4만5916명이 몰려 평균 115.37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송도국제 F25-1블록에 들어서는 송도 더샵프라임뷰는 133가구 모집에 1만3893명이 몰려 평균 104.46 대 1의 청약률을 거뒀다. 송도 3개 아파트 단지 청약에만 11만2990명이 몰렸다. 분양 관계자는 “송도엔 최근 5년간 분양이 없었다”며 “여기에 GTX-B 노선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투자 수요가 몰렸다”고 설명했다.
부천시의 청약경쟁률도 이례적으로 10 대 1까지 치솟았다. 1647가구 모집에 6405명이 청약했다. 역대 가장 많은 청약자다.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인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되지 않아 ‘반사이익’을 얻었다는 평가다.
8월 들어 분양한 단지들은 7월에 비교해 더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이달 수도권 분양단지의 청약 경쟁률은 서울 녹번역 e편한세상캐슬 2차(75 대 1), 이수 푸르지오 더 플레티움(204 대 1), 인천 송도 더샵센트럴파크 3차(206 대 1) 등이다. 지난 7월 분양한 서울 백련산 e편한세상은 3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고,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는 14 대 1, 서초 그랑자이는 43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예비 청약자들은 최대 2억~3억원의 시세차익을 노리고 ‘로또 청약’에 나서고 있다. 이수 더 프레티움 푸르지오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 규제로 분양가가 주변 시세 대비 3억~4억원가량 저렴했다. 전용 84㎡가 8억1300만~8억9900만원 선으로 6년 전에 준공한 이수힐스테이트 전용 84㎡(11억~12억원)보다 3억원가량 싸다.
5일 서울 1순위 청약에서도 과열 현상이 나타났다. 송파구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은 1순위 청약에서 429가구 모집에 총 2만3565명이 청약통장을 던져 평균 경쟁률 55 대 1을 기록했다. 같은 날 ‘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파크’도 182가구 모집에 7922명(경쟁률 44 대 1)이 몰렸다.
‘송파시그니처롯데캐슬’의 최고 경쟁률은 전용 59㎡A에서 나왔다. 11가구 모집에 무려 4626명이 몰려 421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대문 푸르지오 센트럴파크’의 최고 경쟁률은 전용 75㎡A 주택형이 차지했다. 2가구 모집에 557명이 몰려 279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당첨 커트라인도 껑충
청약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첨 커트라인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 이수 더 프레티움 푸르지오의 당첨 평균 가점은 67점을 기록했다. 청약통장 가입 기간 15년(16점), 무주택 기간 15년(32점), 부양 가족 3명(20점) 등의 조건을 갖춰야 받을 수 있는 점수다.
전 주택형 최고 가점은 1가구 모집에 1098명이 몰린 전용 41㎡에서 나왔다. 당첨 가점은 79점이었다. 이어 전용 84㎡A타입 당첨 최저점이 74점으로 높았다. 전용 84㎡B타입의 당첨 최저점은 69점, 최고점은 71점으로 집계됐다. 다소 인기가 낮은 전용 84㎡C타입의 당첨 커트라인도 63점을 기록했다. 인기가 가장 낮은 전용 59㎡ 당첨 최저점도 56점에 달했다.
조은상 리얼투데이 본부장은 “상한제 시행으로 청약가점 고점자까지 청약통장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이상과열’ 현상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한 밀어내기 분양이 급증할 예정이어서 올가을 청약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울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예상했다.
부동산시장 분석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추석 연휴가 끝난 이후 9월 셋째 주부터 10월 마지막 주까지 전국에 총 4만6785가구(일반분양)의 분양 계획이 잡혀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상한제 시행 이후 공급 감소 가능성 때문에 신규 분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