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집’ 김치를 만드는 김치업계 1위 대상이 기업 간 거래(B2B) 김치 시장 개척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 고객을 위한 별도의 김치 개발 팀을 만들고 맞춤형 레시피 발굴에 나섰다. 외식업체를 비롯해 편의점, 식품업계 경쟁사와도 머리를 맞대고 종가집 김치를 활용한 메뉴 개발에 뛰어들었다.
경쟁사와 함께 맞춤형 김치 개발
대상은 경쟁 업체와도 손잡았다. 청정원 브랜드로 만두를 만들어 팔고 있지만 ‘고향만두’를 생산하는 해태제과와 함께 김치만두를 내놨다. 해태제과가 지난달 20일 출시한 ‘고향만두 소담’ 김치만두에는 종가집 김치가 들어간다. 고향만두 소담은 만두피 두께가 0.65㎜로, 국내 만두 제품 가운데 가장 얇다. 피가 얇은 만큼 속 재료를 무엇으로 채우냐가 관건이다. 대상의 B2B 김치 개발팀은 아삭한 맛을 살리기 위해 숙성하지 않은 김치를 제안했다. 씹히는 느낌을 더하기 위해 1㎝ 크기로 썬 깍두기를 썰어 넣었다. 현재 이 김치만두는 세 번째 버전까지 신제품 개발을 끝냈다.
편의점 시장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CU에서 파는 도시락의 볶음김치는 모두 대상이 생산한다. GS25, 이마트24와는 김치를 넣은 김치말이국수를 만들어 내놨다. 1인 가구 증가로 변하고 있는 김치 소비 패턴을 따라가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상 측은 “단순히 소용량 포장 제품을 납품하는 것만으로는 소비 트렌드를 좇아가기 힘들다고 보고, ‘혼밥족’들이 즐겨 찾는 편의점 도시락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올해부터는 한식 뷔페 프랜차이즈 자연별곡과 함께 시즌별 김치 메뉴도 내놓고 있다. 양념 맛이 강한 한식 메뉴와 잘 어울리도록 까나리액젓 함량을 높인 김치를 별도 제조해 납품 중이다.
중국산 주류인 B2B 시장 잡아라
대상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김치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이 됐다고 보고 B2B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B2C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포장김치 시장은 대기업들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코리아에 따르면 대형마트, 슈퍼마켓 등 오프라인 매장 포장김치 시장 점유율(2016년 기준)은 대상 종가집이 55.7%, CJ제일제당 비비고가 19.8%였다. 격차는 계속 좁혀지고 있다. 대상이 지난해 46.7%, 올 상반기 42.8% 수준으로 떨어진 데 반해 CJ제일제당의 포장김치 점유율은 34.6%, 40.2% 수준으로 치고 올라왔다.
대상은 이 경쟁에 대응하면서 성장 중인 B2B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업계는 국내 B2B 김치 시장 규모가 약 1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보고 있다. 전체 김치 시장의 70% 정도다. 단체급식이나 학교급식, 외식업체들이 주요 소비처다. 여기서 먹는 김치의 60%가량이 중국산이다. 나머지 국산은 지역 단위 영세업체에서 나온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김치를 생산하는 업체 수는 총 948개다.
대상은 이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지난해 ‘김치 솔루션 사업부’를 신설했다. 기업 고객이 요구하는 맛을 만들기 위해 김치 개발 전문 셰프도 고용했다.
축적된 기술력을 기반으로 한식, 중식, 치킨 등 김치와 함께 곁들이는 메인 메뉴와 어울리도록 김치 숙성도를 조절해 납품한다. 비숙성·중숙·완숙·묵은지 등 총 4단계다. 맵기와 시큼함 등은 샘플을 통해 고객사와 조절한다. 대상 관계자는 “시범 생산과 안정성 테스트를 거쳐 최대 한 달이면 원하는 김치를 제조해 납품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효주 기자 j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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