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법무부·청와대 동시 반박
검찰의 반발은 이날 국회에 출석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조국 수사’와 관련한 발언이 단초가 됐다. 박 장관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 질의 과정에서 검찰의 수사 방식을 꼬집었다.
박 장관은 ‘검찰이 압수수색을 할 때 사전 보고를 하지 않는 게 정상이지 않느냐’는 정점식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 “사후에 알게 됐다”고 답했다. 그는 곧바로 “(검찰이) 보고를 했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상위법인 검찰청법에는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할 수 있게 돼 있다”고 근거까지 제시했다. 박 장관은 ‘압수수색할 때마다 보고하면 어떻게 수사의 밀행성이 보장되겠느냐’는 지적에는 “그렇다면 검찰총장에 대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은 어떻게 실현되겠느냐”고 반문했다.
수사 관련 정보가 새 나가는 것에 대해서도 경고장을 날렸다. 박 장관은 조 후보자 딸의 생활기록부 유출과 관련, “공개돼선 안 될 정보들이 공개돼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청와대에서도 검찰 수사와 관련한 ‘가이드라인’으로 비칠 만한 발언이 나왔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언론 인터뷰에서 조 후보자의 부인 정경심 씨가 딸의 동양대 표창장 조작 의혹으로 검찰 소환이 임박했다는 소식과 관련해 “아직 혐의점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또 “제기된 의혹 역시 조 후보자 본인과의 연관성은 밝혀지지 않았다”며 “가족이 아니라 조 후보자와 관련한 검증이 핵심”이라고 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청와대는 검찰이 조 후보자에 대한 동시다발 압수수색으로 사실상 대통령 인사권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더 이상 나서지 말라는 경고를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혁 저지세력’ 낙인에 불만 쌓인 검찰
대검찰청은 즉각 반박에 나섰다. 대검 관계자는 “법무부 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해 검찰총장을 지휘하는 것은 검찰총장이 일선 검사를 지휘하는 거와 달리 매우 이례적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청와대 관계자 발언과 관련해서는 “청와대의 수사 개입으로 비칠 우려가 있는 매우 부적절한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는 대검의 반발에 대해 즉각 재반박 자료를 내고 ‘수사 개입’ 사실을 전면 부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청와대는 지금까지 수사에 개입한 적이 없다”며 “수사 개입은 검찰의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또 “청와대는 국민과 함께 인사청문회를 지켜볼 것이며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판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가 직접 나서 조 후보자의 딸이 받은 총장 표창장이 문제가 없다는 뜻을 밝힌 것에 대해서는 “조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준비팀이 표창장을 받을 당시의 상황을 점검해 정상적으로 표창장을 받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이 같은 내용을 청와대 관계자들에게 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인사청문회 준비팀이 전해온 내용을 보면 기류가 흔들릴 이유가 없다는 입장과 함께 그 근거를 설명한 것”이라고 부연했다.
검찰은 조 후보자 수사와 관련해 지난달 이해찬 민주당 대표 발언으로 처음 여권과 대립각을 세웠다. 이 대표는 검찰이 지난달 28일 조 후보자 관련 의혹에 대해 전격 압수수색에 들어가자 “(검찰이) 관계기관과 협의를 안 하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며 “나라를 어지럽게 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다”고 했다. 대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정치권 일각의 발언은 그동안 추진해온 검찰 개혁 방향과 배치되고, 검찰의 중립성을 저해할 수 있다”며 “깊이 우려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검찰 내부에선 이 대표의 발언이 현 정부에 실망감을 가지는 ‘도화선’이 됐다고 보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여권의 잇따른 수사 개입 발언으로 인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겠다는 일선 검사들의 의지가 굳건해졌다”고 말했다.
검찰 내부에서도 여권이 궁지에 몰릴 때마다 ‘사법개혁에 반발한다’는 프레임으로 검찰을 공격해온 것에 불만이 쌓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검찰 조직의 수장인 윤 총장에 대해 ‘엿’ 택배가 잇따라 배달된 것이나 포털사이트의 실시간 상위 검색어에 ‘보고 있다. 정치검찰’, ‘정치검찰 아웃’ 등이 오른 것도 범여권의 여론전이 배후에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검찰 안팎에선 윤 총장과 조 후보자가 사이가 좋지 않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조 후보자가 지난 6~7월 검찰총장 인선 과정에서 윤 총장을 밀지 않았다는 설이 있다”며 “검찰 개혁과 관련해선 서로 극명한 시각이 더 드러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도원/안대규 기자 van769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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