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병리학회는 5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오피시아 12층 회의실에서 편집위원회와 상임이사회를 열고 조씨 논문의 학술지 게재 취소를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학회는 조만간 학회지에 ‘해당 논문이 취소됐다’는 공고를 낼 예정이다.
앞서 학회는 이 논문의 교신저자(책임저자)인 장영표 단국대 의대 교수에게 지난 4일까지 조씨가 논문의 제1저자로 적합한지 등에 대한 소명자료를 제출하도록 했다. 조씨가 제1저자 자격이 있는지, 소속 기관을 당시 재학 중이던 한영외고가 아니라 단국대로 명시한 이유가 무엇인지, 논문에 적은 대로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승인을 받았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장 교수는 학회에 제출기한을 한 차례 연기해달라고 요청한 뒤 이날 오후 자료를 제출했다.
장 교수는 학회에 제출한 소명자료를 통해 해당 논문의 저자 여섯 명 중 저자 기준에 맞는 사람은 자신뿐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IRB를 거쳤다고 논문에 표기했지만 실제로는 거치지 않았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장세진 대한병리학회 이사장은 “IRB 승인을 받지 않은 것, 승인받지 않고도 받았다고 허위 기재한 것, 저자 역할이 부적절한 것 등 세 가지 이유로 논문 취소를 결정했다”며 “장 교수가 사실상 논문을 혼자 썼다고 소명했다”고 말했다. 그는 “IRB 허위 기재 등에 대해서는 ‘의도하지 않았지만 잘못 기재했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조씨는 한영외고에 다니던 2007년 단국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간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한 뒤 2008년 12월 대한병리학회에 제출된 영어 논문에 제1저자로 이름을 올렸다. ‘출산 전후 허혈성 저산소뇌병증(HIE)에서 혈관내피 산화질소 합성효소 유전자의 다형성’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이 논문은 이듬해 3월 대한병리학회 영문공식 학술지에 실렸다. 이후 조씨는 고려대를 거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 입학했다.
조 후보자 검증 과정에서 조씨가 부적절한 논문을 입시에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조씨가 고려대 입시 과정에서 자기소개서에 논문 등재 사실을 기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조 후보자는 “딸이 입시 과정에서 논문을 제출한 적 없다”고 해명해왔다. 장 교수는 “병리학회의 결정에 따르겠다”고 말했다.
고려대는 대한병리학회가 논문을 직권 취소한 것과 관련,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결론을 내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고려대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최종 결과가 통보되면 관련 규정에 따라 처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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