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소재 한 공립 고등학교의 일본어 교사가 독립운동가 이름을 일본어로 번역한 자료를 배포하는 등 지속적으로 친일 발언을 해왔다는 주장이 해당 학교 학생들로부터 제기돼 도 교육청과 의회가 사실관계 파악에 착수했다.
6일 경기도 군포시 A고등학교 재학생들에 따르면 해당 학교에서 재직 중인 B교사는 지난 학기 초부터 최근까지 수업시간에 친일 발언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다.
B교사는 지난 3월 일본어로 명함을 제작하는 시간을 가지면서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을 일본어로 번역한 자료를 '참고자료'라며 배포했다. 당시 배포된 자료에는 안중근, 유관순, 윤봉길 등 독립운동가들의 이름과 함께 이성계, 이순신 등 주요 역사적인 인물들의 이름이 포함됐다.
또한 같은달 일본어 단어 맞추기 퀴즈를 하는 과정에서는 여학생들이 단어를 잘 맞추지 못하자 "왜 여기 유관순 후손이 많지"라며 비꼰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일 무역갈등 국면 속 이뤄지고 있는 불매운동에 대해서는 "임진왜란과 일제시대의 일본 침략이 우리에겐 침략이지만 일본인들에게는 국민을 위한 것이었다"라며 "이런 침략은 일본 내에서 영웅시되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A학교 학생들은 B교사의 친일 발언이 한-일 무역갈등 국면과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고 주장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에는 기모노 입는 수업을 진행하며 여학생들에게 "아줌마가 되면 화장을 해도 이쁘지 않으니 화장을 하고 오라"는 등 성희롱성 발언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편, 이러한 주장들에 대해 A학교는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는 입장을 보였고, B교사는 왜곡된 부분이 있다며 적극 해명을 하고 나섰다.
독립운동가들의 이름이 포함된 일본어 번역 자료를 수업 시간에 참고자료로 학생들에게 제공했다는 지적에 대해서 B교사는 처음에는 부인했다. 하지만 기자가 자료를 보여주자 "해당 자료를 제공한 것은 맞다"면서 "내용 전부를 읽어보고 배포한 것이 아니라 인터넷에서 다운로드를 받은 뒤 제공한 것일 뿐"이라고 답했다.
이어 "자료를 배포했던 당시에는 한-일갈등이 심각하던 상황도 아니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유관순 후손이냐며 비꼬았던 발언과 기모노를 입어보는 수업 당시 있었다는 성희롱성 발언에 대해 "단어 퀴즈나 기모노를 입는 수업이 있었던 것은 맞지만 그런 발언들을 한 사실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불매운동을 비판하며 일본을 찬양하는 발언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현 시국이 어떤지 나도 왜 모르겠는가"라며 "일본어 수업 시간에 문화를 가르치는 부분이 있고 그 시간에 여러 이야기를 했을 뿐"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수업시간에 반일이야기라도 해야 하는가"라고 강조했다.
학교 관계자는 "따로 학생들로부터 접수된 내용도 없어 관련된 내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며 "수업 내용은 교사의 재량권이라 일절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학생들을 대상으로 인식조사, 설문조사 등 사실관계 파악에 나서겠다"면서 "수업 내용의 부적절성 여부도 파악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상반된 주장이 이어지는 가운데 도 교육청은 뒤늦게 이런 사실을 알게 됐으며 본격적인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도 의회 역시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다.
도 교육청 관계자는 "(앞서 지난달 30일에 올라온) 청와대 국민청원을 보고 경기도 소재 익명의 학교에서 이같은 일이 있다는 정도로만 관계부서에서 인지하고 있었다"면서 "학교의 실명을 알게 됐으니 담당 부서에서 진위여부 파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조광희 도 의회 제2교육위원장은 "국면이 국면인만큼 사실관계를 알아볼 것"이라고 말했다.
조준혁 한경닷컴 인턴기자 newsinfo@hankyung.com
관련뉴스